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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러니
누가 옳고 누가 그른가? 에마 보바리는 견딜 수 없는 여자인가? 혹은 용기 있고 감동을 주는 여자인가? 그리고 베르테르는? 다정다감하고 고상한가? 혹은 공격적인 센티멘털리스트이거나 이기주의자인가? 소설을 자세히 읽으면 읽을수록 답하기가 점점 더 불가능해진다. 소설이 애당초 아이러니의 예술이기 때문이다. 소설의 '진실'은 감추어져 있을 뿐, 발설되지도 발설할 수도 없다. 조지프 콘래드는 『서구인의 안목(Under Western Eyes)』에서 한 러시아 혁명주의자의 입을 빌려 "라주모프 씨, 여자와 아이들과 혁명주의자들은 모든 관대한 본능과 믿음, 헌신, 행동을 깡그리 부정하는 아이러니를 혐오한다는 점을 기억하세요."라고 말한다. 아이러니는 화나게 만든다. 이는 아이러니가 빈정거리거나 대들어서가 아니고 세계를 애매하게 보여 줌으로써 우리에게서 확실성을 앗아 가 버리기 때문이다. "아이러니보다 더 이해하기 어렵고 풀기 어려운 것은 없다."(레오나르드 시아스치아) 스타일을 꾸며서 소설을 어렵게 만들 필요는 없다. 아이러니의 본질상 모든 소설은 소설이라는 이름에 값하는 한, 아무리 명쾌해도 충분히 어렵다.
- 밀란 쿤데라, '소설의 기술'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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