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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현상의 실존적 영향력은 그것이 팽창할 때가 아니라 더할 나위 없이 미약한 상태인 초창기에 가장 날카롭게 인지될 수 있다. 니체는, 16세기에 교회의 타락이 가장 덜한 곳은 독일이었고 그렇기 때문에 바로 그곳에서 종교 개혁이 일어났음을 지적한다. 오직 "타락의 초기에만 타락을 참을 수 없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카프카 시대의 관료주의는 오늘날과 비교할 때 순진한 어린아이에 지나지 않았다. 하지만 카프카는 관료주의의 끔찍함을 간파했고 그 후로 관료주의는 일상적이 되어 이제는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는다. 1960년대에는 뛰어난 철학자들이 '소비 사회'에 비난을 퍼부었지만 해가 감에 따라 현실이 이 비난을 훨씬 뛰어넘어 버린 나머지 그러한 주장을 내세우는 게 오히려 어색하게 느껴진다. 사실 또 다른 일반 규칙을 상시키셔야 할 것이다. 어떤 현실이 전혀 부끄러움 없이 되풀이된다면, 그 반복되는 현실에 직면한 사상은 결국 언제나 입을 다물게 되는 법이다.
1920년의 엥겔베르트 씨는 '폭발하는 괴물[자동차의 엔진]'의 소리에 감짝 놀랐다. 다음 세대는 그것을 당연하게 생각했다. 엥겔베르트씨를 두렵게 하고 고통스럽게 했던 소음이 차츰차츰 인간을 개조한 것이다. 언제 어디에나 존재함으로써 결국 인간에게 소음의 필요성을 각인했고, 그와 더불어 자연, 휴식, 기쁨, 아름다움, 음악(음악은 끊임없는 배경음악이 되어 버려 그 예술적 성격을 잃었다.), 심지어 말(말은 소리의 세계에서 이제 더 이상 예전처럼 우위를 차지하지 않는다.)에 대해서조차 전혀 다른 태도를 갖게 만들었다. 존재의 역사에서 이것은 너무나 깊고 영구적인 변화여서 어떤 전쟁이나 혁명도 이에 버금가는 변화를 낳을 수 없다. 야로미르 존은 그 변화의 시작을 조용히 주목하고 묘사했던 것이다.
- 밀란 쿤데라, '커튼'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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