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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맞이 고개에서 내려와 이른 점심을 먹자고 친구가 우릴 데려간 곳은 동백섬 입구에 있는 더 베이 101이었다. 돼지 국밥을 먹은 지 얼마 안 된 상태였고, 숙취 때문에 속이 안 좋기도 했지만, 그래도 맛있는 건 먹어야 한다며 우리의 위를 시험해 보기로 한 것이다. 이번이 두 번째 온 부산이나 한 번도 동백섬 안으로 들어가 본 적은 없다. 뭐, 그냥 그런가 보다 싶지만.
더 베이 101 주차장에서 본 마천루들. 저 높고 무거운 빌딩들이 저렇게 옹기종기 모여있는 걸 보면 압도될 수밖에 없다. 저대로 푹 꺼져버리진 않을까 걱정도 된다. 거의 초현실적인 풍경이었다. 도시 전체가 그런 건 아니지만, 센텀 시티라든가 광안 대교 주변은 서울보다 훨씬 화려하다는 걸 느꼈다. 이국적인 느낌도 물씬.
더 베이 101안에는 핑거스 앤 챗이라는 식당이 있었는데, 이름만으론 한 손으로 집어 먹기 좋은 음식을 파는 레스토랑 같다. 규모가 크고, 뷰가 화려하며, 가격은 그만큼 만만치 않다.
테이블에서 탑으로 사진을 찍는 건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다. 칼 같은 수평, 감각 있는 구도, 그리고 필요하다면 아주 큰 키가 필요하다.
거의 화이트 톤으로 일관된 매장 안. 이 사진만으로는 그리 커 보이지 않지만, 벽 뒤로 더 큰 홀이 이어져 있다. 저녁에 얼마나 붐비고 시끄러울지 상상이 된다.
기다리는 동안 냅킨과 접시만 엄청 찍었다.
진짜 통나무를 쌓아놓은 벽 장식도 있었다.
테이블 세팅도 뛰어나고.
흑백으로 찍어도 좋다.
정말 쥐꼬리만큼 주는 생맥주. 200ml가 안 되는 것 같다. 배가 불러서 맥주를 많이 마실 수도 없었지만, 목이 마를 땐 단번에 들이켜도 부족할 지경이었다. 이런 잔도 있구나 싶었다.
그러니까, 식전빵? 중국 호빵처럼 생겼으나 맛은 다르다.
처음으로 나온 요리(안주?)다. 남자만 다섯이라 메뉴가 대부분 튀김, 육류였다. 닭 튀김은 레스토랑 이름 그대로 한 손으로 집어 먹기 좋은 크기였다. 프랑크 소시지도, 뭐, 안 잘라도 한 손에 쥐고 먹으려면 먹을 수 있지.
구운 파인애플과 바베큐. 앞에 소시지랑 튀김을 먹어서 좀 질리는 감은 있었지만, 아주 맛있었다. 육즙이 짠짠.
야외 자리로 나가면 아래층도 내려다 볼 수 있었다. 날이 좋아서 그런지 정말 많은 사람들이 나와있었다. 휴양지에 왔다고 착각할 만큼, 한편으론 비현실적인 풍경이었다.
색을 씀에도 공을 들인 흔적이 있으니 절로 박수가 나온다.
다 먹고 나와도 역시 해가 쨍쨍했다. 당연한 일이다. 우린 점심을 먹은 거니까.
내 평생 여행 중에 이렇게 화려한 곳에 가보긴 처음이라고, 농담을 한다. 하긴 틀린 말은 아니다.
위 건물 어딘가.
Canon EOS-M + 22m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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