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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외국의 공항에 가서 제일 먼저 하는 일은, 흡연 중이라면 담배를 피우는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물을 사는 것이다. 그 나라 돈을 처음으로 쓰며 어떤 심드렁한 얼굴이 지폐에 그려져 있나, 물가는 얼마나 차이가 나나, 또는 크리스마스 선물 상자 같은 자판기의 사용법은 어떻게 되나 알아보기 위해서다. 습관적으로 따던 페트병 뚜껑인데 이곳에서는 드르륵하는 소리도, 플라스틱 고정핀이 뜯기는 역치도 조금은 다른 것 같다.
 상점에서 면대 면으로 샀다면 돈 그릇에 거스름돈 떨어지는 모습을 보는 것도 좋다. 자신 있는 목소리로 이 나라의 감사 인사를 전하면 대체로 점원 역시 활짝 웃으며 답례해 준다. 그 짧은 대화만으로도 이 나라 사람들과 잘 지낼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이 생긴다. 게다가 뭐라 논리적인 이유를 대기는 쉽지 않지만, 낯선 곳의 물건을 손에 들고 다니다 보면 그 낯선 곳에 익숙해지는 시간이 줄어드는 것 같기도 하다. 이름을 새기고 이미지를 넣고 함량표를 채우는 이들만의 방식이 이들을 이해하는 아주 작은 열쇠가 되기도 하니까.
 이번에도 목을 축이며 물 한 병도 못 살 정도의 여행은 하지 말자고 생각했다. 그곳에 가서 제일 먼저 물을 사는 건 그곳에 왔다는 느낌을 몸 안으로 들이붓기 위해서니까. 그런데 며칠 후 귀국하는 공항에서 정말 몇십 엔이 모자라 물 한 병을 사질 못했다. 불과 며칠 만이었다. 뭐든지 너무 일찍 자신하면 안 되는 법인가 보다.




Canon EOS-M + 22m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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