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급차 한 대가 우리 사이의 거리를 달려갔다. 누가 실려 가는 걸까, 그 사람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상상해 보았다. 스케이트보드를 타고 고난도 기술을 시도하다가 발목을 부러뜨렸을까? 아니면 온몸의 90퍼센트에 3도 화상을 입고 죽어가고 있는지도 몰라. 내가 아는 사람일 가능성도 있을까? 누군가 저 구급차를 보면서 그 안에 혹시 내가 타고 있나 궁금해하지는 않을까? 내가 아는 사람들을 모조리 다 알고 있는 장치가 있다면 어떨까? 환자의 장치가 아는 사람의 장치를 주위에서 탐지하지 못했다면 구급차가 거리를 달릴 때 지붕에 커다란 사인을 번쩍일 수도 있겠지. 걱정 말아요! 걱정 말아요! 그 장치가 아는 사람의 장치를 탐지해 낸다면, 구급차는 거기 탄 사람의 이름과 함께 이런 메시지를 번쩍이든가. 심각하지..
서사시의 영웅들은 승리한 순간이나, 혹은 패배했다 해도 죽는 마지막 순간까지 그 위대함을 잃지 않는다. 돈키호테는 패배했다. 그리고 그 어떤 위대함도 없었다. 왜냐하면 있는 그대로의 인간 삶이 패배라는 사실은 너무나 명백하기 때문이다. 삶이라고 부르는 이 피할 수 없는 패배에 직면한 우리에게 남아 있는 유일한 것은 바로 그 패배를 이해하고자 애쓰는 것이다. 바로 여기에 소설 기술의 존재 이유가 있다. - '커튼', 밀란 쿤데라 커튼저자밀란 쿤데라 지음출판사민음사 | 2012-10-12 출간카테고리소설책소개소설에 대한 밀란 쿤데라의 에세이!최고의 현대 소설가 중 한 명...
"그렇다면 대단원을 향한 광적인 뜀박질이 아닌 건 모두 따분하다는 얘긴가? 이 맛있는 오리 궁둥이를 뜯으며 자네는 따분함을 느끼나? 목표를 향해 서두르나? 오히려 자네는 이 오리 고기가 가능한 한 천천히 자네 속으로 들어가길 원하네. 그 맛이 영원히 지속되길 원한다고. 소설은 사이클 경주를 닮을 게 아니라, 많은 요리가 나오는 향연을 닮아야 해. (중략) 내 마음에 드는 게 바로 그런 거라네. 소설 속의 소설이요, 내가 써 본 것 중에서 가장 슬픈 사랑 이야기가 될 거야. 자네 역시 그 이야기를 읽고 슬퍼할 걸세." 아베나리우스는 잠시 어색한 침묵을 지키다가 상냥하게 물었다. "그 소설의 제목은 뭔가?"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아니, 그 제목은 이미 써먹지 않았는가." "그래, 써먹었지! 하..
매일 점점 더 많은 얼굴들이 증장하고 그 얼굴들이 날이 갈수록 서로 닮아 가는 이 세상에서, 사람이 자아의 도창성을 확인하고 흉내 낼 수 없는 자기만의 유일성을 확신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자아의 유일성을 가꾸는 데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덧셈 법과 뺄셈 법이다. [중략] [로라는 덧셈법에 따라] 자신의 자아를 좀 더 잘 보이게 하고, 좀 더 파악하기 쉽게 하고, 좀 더 두텁게 하기 위해서,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덧붙여 그것에 자기를 동화했다. [중략] 바로 여기에 덧셈 법에 따라 자아를 가꾸고자 하는 사람들을 희생하는 묘한 역설이 있다. 그들은 흉내 낼 수 없는 고유의 자아를 창출하기 위해 뭔가를 덧붙이고자 애쓰지만, 이와 동시에 그 덧붙은 속성들을 선전하며 최대한 많은 이들이 자기들과 닮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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