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애틀에 도착한 첫 날, 기억에 남을 만한 일을 하진 않았다.두 시간 넘게 걸어다닌 것만으로도 충분히 지쳤기 때문이다.하지만 우리가 빌린 집 주변의 공기를 맡고 보고 듣기엔 충분했다.여기 E Aloha Street 주변은 어느 가이드북이나 블로거의 글에도 나와있지 않지만,시애틀에 가는 사람에 한 번 쯤 걸어보라고 권하고 싶은 곳이었다.부동산 창문에 붙어 있는 것 같은 집 주변의 사진들. 동반의 시간. 굴뚝은 집안의 온기를 상징한다. 외벽이 둥근 집은 내부도 둥글까.가구를 놔두기 어려울 수 있으니 그곳엔 그냥 카페트만 깔아두면 좋겠다. 나무가 햇빛을 가려도 좋을 것이다.나무는 빛을 독차지 하지 않으니까. 시애틀엔 정원 관련 숍들이 많았다.자연친화적인 포틀랜드보다 더 많았다.포틀랜드엔 자연자연한 자연..
일광욕이라든가 광합성이라든가 전부 여름 햇살 아래에선 어림도 없는 소리다. 나는 피부가 검고, 여기서 삽시간에 더 시커메질 수 있다는 걸 알기 때문에 일부러 땡볕을 피하는 편이다. 누가 그 무자비한 레이저를 좋아하겠느냐만은 난 보통보다 유난스럽기는 하다. 그러니 태양의 무게가 훨씬 무거운 지역으로 여행을 오면 매일 아침 창밖을 보며 저 햇살 아래로 나가야만 하는가 회의에 빠지곤 한다. 할 수만 있다면 외출을 포기하고 싶을 정도다. 그러나 결국 챙 있는 모자를 찾거나 선 블록 크림을 보다 꼼꼼하게 바름으로써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을 거라고 자신을 속여야 한다. 거리에 야자수가 자랄 수 있는 나라에서는 그 모든 조치가 눈 가리고 아웅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이내 깨닫고야 말지만. B의 집은 거의 리조트를 방불케..
하와이를 떠나는 날 아침. 공항에 갈 때까진 시간이 남았기 때문에 아침 산책을 나섰다. 아침 산책. 듣기만 해도 여유가 넘치고 평화로우며 그날 하루 전체를 의미 있어 보이게 만드는 마법의 단어다. 무엇이든 주기적으로 반복되면 마법이란 수식어를 붙이기 어렵다. 매일의 출근을 마법이라고 하는 사람은 없듯이. 아침 산책이라는 걸 몇 번 해본 적도 없고, 그마저도 여행이나 가야 겨우 하곤 했던 나로서는 이 생소한 행위 자체가 여행의 대미를 장식하는 인장이오, 주제라는 생각이 들었다. 돌아가면 이 섬처럼 여유로운 사람이 되자. 하루라도 지속되면 다행인 그 수많은 다짐들. 거리는 벌써 관광객이 점령하고 있었다. 아침을 먹거나 커피를 마시기 위해 이곳저곳 들락날락하는 사람들 때문에 기대했던 산책의 묘미는 대번에 쭈글..
산책을 하는 데 특별한 목적이 있을 필요는 없다. 그냥 걷고 싶은 길을 걷고 싶은 만큼 걸으면 그만이다. 그 와중에 생각을 정리한다거나 추억을 되짚는다거나 풍경을 마음에 기록한다거나 하는 게 가능하다면 덤처럼 누리면 그만이고. 그러니 꼭 가야할 곳도 없었고 꼭 해야할 할 일도 없었던 나는 산책이나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아주 긴 산책을, 그냥 무작정 걷다 쉬다 하는 하루를 보내고 싶었다. 어디서 시작할까 하다가 몇년 만에 노틀담 성당에 다시 가볼까 하여 지하철에 올랐다. 출근 시간도 아닌 것 같은데 생각보다 사람이 많았다. 아침 햇살이 임시로 짠 나무벽에 부딪히는 질감이 좋았다. 그러나 뭐 눈엔 뭐만 보인다고, 그 위에 붙은 픽토그램은 어느 길로 가야할지 몰라 갈팡질팡하는 사람처럼 보였다. 좋아, 산책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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