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에도 멀리 나가지 않고 구시가지에서 놀기로 했다. 조 인 옐로우라는 펍이 제법 유명한 모양이었다. 한량처럼 가방도 들지 않고 걸어가 우선 조 인 옐로우(Zoe in yellow) 바로 옆에 있는 48 가라지라는 야외 바에서 버킷으로 쌩쏨 하이볼을 마셨다. 말끔한 옷을 입은 종업원들은 놀라울 정도로 친절했다. 여전히 모기가 극성이었지만, 밤바람은 방콕보다 훨씬 시원해 야외에 앉아있을 만했다. 시원한 초가을 밤으로 훌쩍 뛰어넘은 기분이었다. 카오산 로드처럼 엄청난 사람으로 붐비는 곳은 아니었지만, 분위기는 그에 못지 않았다. 여자들은 술을 마시면서 테이블 위에서 카드 게임을 했고, 조 인 옐로우의 스테이지엔 벌써 많은 사람들이 모여 가볍게 몸을 흔들고 있었다. 열차로 넘어오며 음주를 하루 쉬었더니 버..
"술을 홀짝이며 생각할 시간을 가져. 내가 어디에 있었고 지금 어디에 있는지." 6층에서 맞는 바람은 엄청났다. 호텔 사이로 달려드는 바람, 운하를 스쳐 바다로 불어가는 바람, 정신없이 건물을 오르내리는 바람. 폐쇄된 수영장을 따라 건물 한 바퀴를 돌면서 머리카락이 멋대로 춤을 추는 느낌을 즐겼다. 이대로 날아오른다 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것 같은 밤이었다. "매일 밤 난 너에 대해 갖가지 생각을 해." 밤은 화려하지 않았다. 호텔방마다, 을씨년스러운 주차장마다, 건물에 가려 보이진 않지만 간간이 소음이 들려오는 거리마다 백열등 몇 개가 섬처럼 반짝일 뿐이었다. 커튼이 쳐진 건너편 호텔 창문 안에서 벌어지고 있을 누군가의 이야기가 궁금했다. 그들은 뭘 먹었을까? 창밖을 보며 마시고 있는 술은 맥주일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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