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름 카메라를 사용하는 사람이라면 알 것이다, 종종 뚜껑이 열리는 기분을. 글자 그대로 카메라 뚜껑(사실 뚜껑이겠지만)이 열리는 바람에 감겨 있던 필름이 홀라당 타버릴 때의 그 기분을. 오 년이면 그리 짧은 시간이 아닌데 아직도 필름 카메라를 사용하면서 그런 실수를 한다. 그것도 여행을 가면 꼭 한 번씩 저지른다. 필름을 교체할 때 물려있던 놈을 감지도 않고 필름실을 여는 경우가 제일 흔하고, 노출 보정 다이얼의 노브가 가방 끈에 걸려 빠지는 바람에 뒤판을 덜렁덜렁 열고 다닐 때도 있었다. 물론 여분의 필름을 몇 통씩 들고 다니며 사진을 찍는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디지털만 사용해 본 사람은 모를 것이다. 이리저리 돌아다니느라 몸은 피곤하고 정신은 딴 데 팔리기 일쑤인데 꼭 중요한 순간에만 물려있던 ..
제네바로 이동하는 TGV의 2등석에 앉아 창밖을 보고 있는데 뭔가가 자꾸 등에 부딪힌다. 돌아봤더니 여섯 살 정도 된 아이가 내 의자를 열심히 차고 있었다. 피곤했기 때문에 어머니에게 아이가 차지 않게 해달라고 부탁할까 말까 고민하다가 그냥 마음껏 짓까불게 놔두었다. 나중엔 발길질보다 엄마에게 계속 뭔갈 이야기하는 소리가 더 고생스러웠다. 그런데 어느 순간 잠잠해 졌다. 어머니가 잠시 자리를 비우고, 아이가 마침내 뭔가에 몰두한 순간. 아니, 이렇게 얌전할 줄 아는 녀석이 말이야. 찰깍 사진을 찍은 건 지금껏 내 의자를 찬 대가다. @TGV, Geneve, Switzerland canon A-1 + 50mm kodak 100
빅 아일랜드로 떠나는 이른 비행기를 타기 위해 새벽 네 시 반에 눈을 떴다. 하늘이 아직 짙은 남색을 게워내지 못한 시각이었다. 헐레벌떡 준비를 마치고 호텔 로비로 내려오자 지나치게 부산을 떤 탓인지 갑자기 힘이 쭉 빠지고 울적해졌다. 마우이 섬이나 빅 아일랜드로 떠나는 낯선 이들과 함께 15인승 밴에 구겨 앉아 공항으로 향했다. 수용소로 끌려가는 사람이 이런 기분일 거란 생각이 들자 다시 침대로 돌아가 누워버리고 싶다는 마음이 간절해졌다. 새로운 장소에 대한 막연한 기피는 이렇게 약속이라도 한 듯 여행 당일 아침에 찾아온다. 이런 곤혹스런 증후군을 치유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할 수 있는 만큼 빨리 터미널에 들어가 할 수 있는 만큼 많은 시간을 보내는 것이다. 2층짜리 낡은 건물이 길게 이어진 호놀룰루..
오하우 섬엔 수많은 쇼핑센터가 있지만, 그중 가장 인기 있는 두 곳을 꼽으라면 아마 첼시 그룹에서 운영하는 와이켈레 프리미엄 아웃렛Waikele Premium Outlet과 알라 모아나 센터Ala Moana Center가 아닐까 한다. 와이켈레 프리미엄 아웃렛은 우리나라에선 여주와 파주에 자리 잡은 신세계 첼시의 아웃렛과 형제라고 할 수 있고, 알라 모아나 센터는 오하우 섬에선 가장 크고 미국 내에서도 손으로 꼽힐 만큼 거대한 아웃도어 쇼핑몰이다. 특히 알라 모아나 센터는 와이키키 중심가에서 불과 2km 거리에 있으니, 쇼핑에 관심이 없더라도 한 번쯤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놀이 공원을 방불케 하는 규모의 쇼핑센터라면 그건 그냥 관광지라 불러도 손색이 없을 테니 말이다. 게다가 ‘바다로 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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