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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든 것이 놀랍던 시절이 있었다. 또한, 그건 두려움이기도 했다. 의지해야만 하는 사람의 손을 꼭 잡고 그것들을 헤쳐나가던 시절이 있었다. 호기심은 망망대해처럼 고갈되지 않는 무엇은 아니었다. 고백하건대 터를 잡고 메우기를 반복하다 보면 채워지고 줄어드는 희소 자원에 가까웠다. 아니, 차라리 호기심을 느끼는 대상이 몇 가지로 집중되었다 말하고 싶다. 나는 수원지도 확신하지 못한 채 우물 몇 개를 파는 일로 세월을 보냈다. 그마저도 서툰 솜씨였지만, 지층이 바뀔 때마다 놀랍고 두려운 순간이 있었기에 견딜 만은 했다.
 다만 의지하는 법을 잊어버렸다. 맞잡은 손은 그때만큼 어지럽게 얽혀있지 않다. 샘 솟을 기약 없는 구덩이 안을 들여볼 때마다 이 속으로는 혼자서 들어갈 도리 외엔 없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것은 분연히 독서(獨棲)하겠다는 말이 아니라 마치 독서(讀書)가 그런 것처럼 홀로 할 수밖에 없는 일이란 이야기였다. 그리고 그런 일에 침전하다 보면 나도 모르게 누군가에게 의지하지 않는다거나 의지할 수 없다는 생각이 스멀스멀 기어오르는 것이었다. 여기까진, 괜찮았다. 그렇다면 다른 누군가도 나에게 의지하지 못하는 게 아닌가 겁이 나기 전까진 말이다.
 모든 것이 놀랍고 또한 두렵던 시절이 있었다. 그땐 많은 것들이 단순하고 분명했다. 작은 선택조차 그 결과가 불확실해질 때, 나는 어른이 되었다. 그런 거라고 믿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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