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번 고생해서 그런지 지하철역으로 가는 길은 어렵지 않았다. 특히 밤에 더 날카로워지는 D의 감각이 큰 도움이 되어 낮 풍경을 뒤집어 놓은 듯한 요지경을 지나면서도 길 한번 헤매지 않고 몽콕 역에 들어갈 수 있었다. 사람은 여전히 많았다. 퇴근 시간은 피한 것 같지만 아직도 집으로 돌아가거나 시내로 나가는 인파가 엉켜있는 모양이었다. 이 많은 사람이 낮에 보았던 아파트에 포개져 들어가는 상상을 하자 인간 피라미드가 따로 있는 게 아니라는 현기증이 일었다. 제대로 된 열차를 타는 것은 제대로 된 출구를 찾는 것보단 훨씬 쉬었다. 몽콕도 두 가지 노선이 겹치는 환승역이지만, 각 노선이 한국처럼 서로 멀리 떨어져 있지 않고 위아래 층으로 나누어져 있어 헷갈릴 일이 없었다. 이처럼 홍콩 지하철을 몇 번 ..
:: 몇 시간 전에 먹은 기내식만으론 피로를 감당할 수 없다는 데 의견이 모였다. 호텔로 오며 지나쳤던 현지 식당들을 떠올려 봤지만, 지금 당장 도전하긴 무리였다. 안전한, 보장된, 그러면서 우리가 좋아할 만한 메뉴가 필요했다. 그러니까 햄버거 같은. 방 크기에 적응을 좀 하고 나서 (다시 들어올 때 또 놀라면 안 되니까) 호텔을 나섰다. 로비엔 페인트 냄새와 분진이 떠돌고 있었다. 계단 한쪽은 막힌데다가 형편없이 좁아서 단체 두 팀만 엘리베이터 앞에서 맞닥트려도 엉겨붙어 지나가야 할 판이었다. 하지만 공사가 끝나면 최소한 호텔 외관보단 그럴싸하게 보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무거운 짐을 벗어 던지니 똑같이 뜨겁고 습한 거리라도 발걸음이 가볍다. 지도 없이 낯선 길을 따라 걸으며 여행의 즐거움 중에서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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