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츠포드 테라스에서 한국 식당이 많은 거리를 지나 좀 더 아래쪽으로, 스타의 거리에 가까운 쪽으로 이동했다. 우리는 점점 강렬해지는 배고픔을 살살 달래며 눈에 띄는 근사한 곳이 나타나기를, 저도 모르게 마음을 빼앗기게 되는 그런 곳을 발견하기를 바랐다. 물론 메뉴 자체는 일식으로 하자고 이미 결정한 상태였지만 말이다. 사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실패할 확률이 없다는 이유 때문에 일식을 먹었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오히려 홍콩에서 보다 만족스러운 일식을 먹으리란 기대에 부풀어 새로운 일식당을 향한 도전 의식을 불태웠다고 하는 편이 맞겠다. 그런 의미에서 '고궁'이란 한식점도 우리의 주의를 끄는 덴 실패했다. 오히려 내가 담고 싶었던 건 하늘이었다. 정말 가끔씩 밖에 찍지 않게 된 하늘을 말이다. 건물..
어쩌면 이번 우리 일정 중 가장 글로 옮기기 힘든 시간이 아닐까 한다. 토요일 밤, 란콰이퐁에서의 축제. 그저 맥주와 칵테일에 취해 춤추고 놀았을 따름인데 거기에 코멘트 붙일 게 뭐가 있겠는가. 하지만 자세를 고쳐잡는다. 사라진 징검다리처럼 밤 시간을 뛰어넘을 순 없지 않겠느냐고. 여행 둘째 날 밤의 우리 일정을 간략히 정리해 보자. 완차이 어느 골목길에서 아주 싸고 맛있는 초밥집을 발견한 우리는 저녁으로 초밥을 먹었다. 그리고 진 토닉을 한 잔 만들어 마신 후, 곧바로 침사추이의 너츠포드 테라스로 향했다. 저번 여행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낸 '올 나잇 롱'이란 바에 가려 했던 것이다. 그런데 영 흥이 나지 않았다. 나이 지긋하신 분들이 스테이지에서 볼룸댄스를 추고 계셨는데 처음 한 시간 정도는 즐거웠지만..
척후병처럼 주변 정탐을 마친 우리는 전리품으로 얼음을 사가지고 왔다. 한낮의 축배를 위해서였다. 짐을 마저 풀고 음료수로 드라이 진을 한 잔 마신 다음 호텔의 공중정원에 가 보았다. 방에서는 와이파이가 되지 않지만, 로비와 공중정원에선 가능했기 때문이었다. 이 도심 속 테라스는 엘리베이터 버튼 옆에 붙은 황금색 안내판에서 읽으며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괜찮은 장소였다. 커피 머신이 준비되어 있고, 매일 메뉴가 바뀌는 과일 바구니도 있었다. 나나 D 같은 사람들에겐 수분과 무기질, 비타민 따위가 절실하다는 충고를 에둘러 하고 있는 것만 같았다. 정작 나는 여행이 끝날 때까지 몇 개 집어 먹지 않았지만 말이다. 누구든 편하게 와서 제 하고 싶은 일을 하고 돌아가곤 했다. 책을 읽는 사람도 있었고, 담배를 피우..
나와 D가 홍콩에 가서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숙소 주변의 편의점을 찾는 것이다. 마트가 싸서 좋긴 하지만, 조금 위험하다. 한밤중엔 열지 않기 때문이다. 언제 음료수나 얼음, 간식거리가 필요할지 모르는 게 우리의 여행이다. 하긴 쇼핑센터에 입점한 곳을 제외하면 홍콩에서 마트를 본 적도 별로 없다. 편의점을 찾는 산책은 갑자기 바뀐 환경에 적응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이번이 세 번째라 적응하고 자시고 할 것도 없긴 했지만, 의례적으로 행하는 의식이라고나 할까. 지독한 여름 날씨를 몸으로 받아낼 각오가 절로 생기지는 않았다. 그러나 여행자는 걸어야 한다. 여행은 도보에서 시작하고, 도보로 맺음 해야 한다. 시속 4.5km는 생각의 속도와 알맞은 보조를 이룬다. 홍콩섬과 주룽반도의 풍경은 확실히 달랐다. 그나마..
인천 공항에서 홍콩의 첵랍콕 공항까지 가는 네 시간 좀 안 되는 시간은 장거리 비행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에겐 그럭저럭 견딜 만한 고통을 줄 것이다. 나로서는 이 네 시간이 좀 어중간하다. 영화를 한 편 보면 딱 좋겠지만, 저가 노선엔 공용 스크린도 없다. 모바일 기기로 영화를 보는 데 익숙하지 않기도 하고, 도착하는 순간 들여다도 안 볼 영상물을 넣어 오는 게 귀찮기도 하다. 책을 읽자니 온갖 기대와 흥분 때문에 집중이 안 된다. 책 역시 도착하면 표지 쓰다듬는 일조차 없을 게 뻔하고 말이다. 여행 노트를 써 볼까? 이제 막 시작한 여행인데 쓸 말이 있을 턱 없다. 결국 모든 걸 포기하고 잠을 청해 본다. 그러나 기내가 환해서 오래 잠들 수가 없다. 거참 애매하고 또 애매한 시간이다. 그렇다고 빈자리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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