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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와이에 혼자 오셨어요?"

  의아한 눈빛과 함께 이런 질문을 참 많이 받았다. 그러면 대답할 구실이 있으면서도 입 열기가 망설여졌다. 어째서 "혼자 오셨어요?"도 아니고 "하와이에 혼자 오셨어요?"일까.

 

  남자 혼자 하와이에 온 걸 이상하게 생각한다 하더라도 이해할 순 있다. 신혼부부, 가족, 동창 모임 등 하와이행 비행기를 타는 다양한 사람 중에서도 이만큼 희박한 경우의 수가 없으니까. 아무 말 없이 잠자코 있으면, 문득 함께 차를 탄 이 남자가 같이 온 일행이 한 명도 없다는 걸 깨달으면, 그들은 어디까지 추측하고 어떤 상황까지 상상하게 될까. 외톨이 여자는 눈빛에서 사연을 읽을 수 있지만 외톨이 남자는 의뭉스러워 보이기만 한다. 돈 많은 한량으로 치부하려 해도 지갑이 두툼해 보이는 행색은 아니다. 사진을 열심히 찍어서 사진작가가 아닐까 했지만 손에 들고 있는 낡은 카메라를 보면 왠지 실력이 의심스럽다(필름 카메라라는 이유로 정반대로 생각하는 사람들도 종종 있다). 그렇게 약 20. 딱 그 정도 호기심을 보이다가 이내 자신의 일행에게로, 남국의 지평선 너머로 관심을 돌린다. 하와이에 슬픈 사연은 어울리지 않으니까. 




  "출장 왔습니다."

  왜 혼자 왔느냐는 질문에 나는 조심스럽게 대답하곤 했다. 모든 상상을 처부수는 재미없는 현실이다. 대부분 부러워하다가 이내 홀로 돌아다닐 처지가 안쓰러운지 쓸쓸하고 심심하겠다는 위로를 건넸다. 그냥 웃어넘기며 당사자인 나는 진짜 어떠냐고 자신에게 넌지시 물어본다. 혼자 떠난다는 건, 잠깐 낯 뜨거운 관심을 받고 외로움만 꾸역꾸역 이겨낸다면 제법 괜찮은 짓이다. 더 많이 보고 더 많이 느끼진 못 해도 더 많이 생각하고 내가 어떤 사람인지 더 많이 알 기회가 생긴다. 매일매일 몸을 구겨 넣어야 하는 일상의 틀에서 벗어날 때 비로소 내 자연스러운 모습이 어떻게 생겨먹었는지 알 수 있다. 내가 얼마나 게으른지, 내가 얼마나 감상적인지, 내가 얼마나 만사에 주저하는지를 보게 된다. 모든 것이 거울 위에 다큐멘터리처럼 상영된다. 남들은 혼자 여행을 가면 허물 같은 자신을 잊고 외부의 환경에 더 관대해진다는데, 난 오히려 비루한 자기 자신을 마주하며 즐거워한다. 나에게 홀로 하는 여행은 더 나은 사람이 되는 과정이 아니라 어디까지 내려왔는지를 확인하는 품평회다. 여행 중엔 진실을 마주해도 스펀지를 두른 것처럼 조금 덜 아프니까. 아니, 그렇게 믿고 싶어지니까.




Canon A-1 + 24m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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