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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일정 중 가장 일찍 일어났다고 했지만, 오늘 그 기록을 경신했다. 무려 여섯 시 반에 일어난 우리는 국경을 넘어 배를 탈 준비를 했다. 아침은 시원했지만, 정오 이후에 몰아칠 더위를 예고하고 있었다. 그것은 우리가 배를 타고 내려가며 몸으로 느낄 열기였다.
고수가 들어간 토스트를 아침으로 먹은 후, 어제 만났던 사람들과 다시 인사를 했다. 간밤에 새로운 일행도 와 있었다. 스위스에서 온 남자와 영국에서 온 여자. 꽤 붙임성이 좋고 잘 생긴 스위스 남자는 무려 7개월 동안 여행을 한다고 했다. 아마 그가 여행할 많은 나라 중에는 한국도 포함되어 있을 것이다.
라오스에서 15일간 무비자로 체류할 수 있는 우리를 제외하고 모두 도착 비자를 받을 준비를 했다.대단하다. 스위스를 제외하고는 심지어 프랑스인조차도 비자가 필요했다. (물론 30일이라 우리보다 길긴 하지만, 한국은 다른 나라에 갔다가 돌아오면 바로 추가 15일이 갱신된다.) 그런 점에서 대한민국 사람은 여행하기 좋다. 짧게라도 무비자로 체류할 수 있는 나라가 얼마나 많은지. 예를 들어 태국 국적의 똠은 프랑스 애인 브아송을 만나러 시월에 파리에 가는데 그 절차가 매우 복잡하다고 한다. 한국인은 쉥겐 협정 상 체류 기간만 위반하지 않으면 당장에라도 파리로 날아갈 수 있는 데 말이다. 아이러니한 사실은 그럼에도 한국 사람만큼 긴 시간을 내어 여행하기 어려운 환경에 있는 사람들도 드물다는 것이지만.
매니저 완씨와 아쉬운 작별을 하고 밴은 국경을 향해 떠났다. 국경까지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도착하자마자 간단한 출국 심사를 받고 다시 버스에 올라 라오스 입국 심사를 받으러 갔다. 신기하게도 라오스 국경심사대로 향하는 버스는 부산에서 건너온 버스였다. 떡하니 한글이 쓰인 머리받이를 보며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차 맨 앞에는 큼지막하게 '금연구역'이라고 쓰여있기도 했다.
라오스 입국 심사 역시 간단했다. 나와 D는 초스피드로 심사를 끝내고 넘어왔는데, 다른 유럽인들은 비자 발급 과정에 꽤 오랜 시간이 소요됐다. 그들을 기다리며 언덕 위에 "Welcome to LAOS"라고 쓰인 문구를 보며 감격에 젖었다. 드디어 우리의 주요 여행지인 라오스에 왔구나. 이곳은 어떤 나라일까? 여유와 한가로움, 그리고 자연 한가운데 있음을 만끽할 수 있는 곳일까? 그나마 빨리 넘어온 똠이 태국 여자들의 전통 바지와 라오스 여자들의 전통 바지의 차이를 알려주었다. 라오스 여자들의 바지는 7부 바지였다. 남자들이 그들의 발목을 보는 걸 좋아하기 때문이란다. 게다가 걸음걸이도 고양이 걸음으로 섹시하게 걷는다고 했다. 확실히 우리를 안내한 현지 여자는 씰룩 씰룩거리는 걸음으로 걸어 다녔다. 그녀는 그렇게 걸어 어디론가 가더니 컵라면을 사와 먹기 시작했다. 맛있어 보였다.
유럽인들이 모두 넘어오자 다시 미니 밴을 타고 훼이싸이의 선착장으로 향했다. 어떻게 보면 훼이싸이에서 라오스에 대한 첫인상을 받았다고 해도 되겠다. 귀여운 아이들. 의미 없이 돌아다니는 개들. 병아리 무리를 끌고 다니며 땅에서 뭔가를 주워 먹는 어미 닭. 라오스 사람들은 태국 사람들보다도 흰 피부를 갖고 있었다. 그리고 우리 앞에는 메콩 강이 펴쳐져 있었다. 수많은 슬로우 보트가 강가에 정박한 채 손님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강가 언덕 아래엔 수없이 많은 나비가 날아다니고 있었다... 환상적인 풍경이었다. 그렇게 많은 나비를 본 적이 또 있을까 싶었다. 몇 시간 동안 계속될 항해가 몹시 기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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