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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 10개월이 된 아이를 데리고 미국으로 여행을 가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었다.
하지만 그럴 만한 가치가 있었다는 점도 부정할 수는 없다.
한국을 떠났다가 돌아오기까지 열흘 남짓.
사진에 남은 그때의 시간을 늘어놓기로 한다.
이천 장이 사진도 그 시간을 전부 감당할 순 없겠지만,
어쨌든 돌이켜 본다는 일은 좋은 일이다.
여행의 연장이랄까,
여분이랄까,
곧 희미해질 기억에 주입하는 질 좋은 영양제랄까.
올해 두 번째로 긴 연휴를 앞두고 인천공항은 사람으로 가득했다.
아니, 그럴 거라고 생각했는데 오전에 다 빠져나갔는지 예상보다는 한가했다.
패스트 트랙 덕분이기도 하겠지.
새롭게 보는 던킨 도너츠의 외장 덕분에 벌써 미국에 온 느낌이었다.
M은 항상 저 옷을 입고 인천공항에 오는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몬트리올에 갈 때도, 교토를 갈 때도 그러했다고.
며칠 후, 저 공항에 어울리는 연한 아이보리색 스웨터 위로
아들이 먹을 걸 흘렸다.
아들이 눈으로 공항을 보는 건 이번이 두 번째이다.
저 눈망울에 거대한 하늘과
그보단 덜 거대한 창문의 격자 틀과
거북이처럼 조용히 움직이는 비행기가 모두 담겼다.
시애틀로 가는 비행은 생각보다 쉬웠다.
유아라 좌석을 구매할 필요는 없었지만,
어쨌든 알아서 엄마 아빠를 밀어내고 자기가 자리를 차지했다.
베시넷보단 저기가 편해 보였다.
물을 좋아하는 건지 물통을 좋아하는 건지 물통만 쥐어주면 신나라 하면서.
쪽잠, 칭얼거림, 기쁨의 소리지름, 그리고 터치 스크린에 흐르는 뽀로로.
그런 8시간 30분 정도의 비행이 끝나고 어느새 시애틀이었다.
M은 이곳의 구름이 아주 낮게 떠 있다며 감탄했었다.
구름도 이 거대한 대륙이 궁금했던 것인지.
게다가 미세먼지로 난리인 한국에 비하면
와이퍼로 싹 밀어둔 것처럼 맑은 하늘이었다.
역시 무난한 수속을 마친 후, 렌트카를 찾으러 가던 길.
눈이 작은 동양 아기의 인기는 이제부터 시작이었던 것 같다.
정말 많은 사람들이 아들이 귀엽다고 감탄을 하곤 했다.
자기가 이쁨을 받고 있다는 걸 잘 아는 아들도
그럴 때면 활짝 웃으며 애교를 부리고 손을 흔들어대고는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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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공항 터미널보다 더 화려했던
렌트카 퍼실리티.
우리는 알라모에서 차를 빌렸다.
시애틀로 들어가는 길이 정말 멋있었는데,
난 운전중이고 M은 뒷좌석에 앉아 있어서 사진을 찍지는 못했다.
적당히 세월에 바랜 건물,
어쩐지 색이 빠진 듯하지만 그래서 더 편안하게 볼 수 있었던 가로수의 이파리,
그리고 곳곳에서 볼 수 있는 만과 호수의 풍경.
시애틀엔 나무가 참 많았다.
자연과 도시가 있는 힘껏 엉켜있다는 인상을 받았던 방콕보다
오히려 더 많은 느낌이았다.
그리고 도착한 에어비앤비에서 빌린 집.
Aloha Street의 동쪽에 있었는데
그 이름 덕분에 다음엔 하와이에 가야하나 싶었을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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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디 이천 장이 넘는 사진을 추려 끝까지 정리할 수 있기를.
시애틀과 포틀랜드 여행은 이렇게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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