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글] :: 파리 여행 노트 - 루아르 고성 #1 쉬농소 성 가는 길 루아르 지역, 고성이 모여있는 이곳으로 오기 위해 파리를 떠난 지 약 세 시간. 드디어 쉬농소 성으로 들어간다. 생각해 보면 궁엔 꽤 들어가 봤어도 성엔 별로 들어가 본 적이 없으니 나름 새로운 경험이다. 게다가 널리 알려졌듯이 쉬농소 성은 '여인들의 성'으로도 불린다. 뭔가 남다를 게 있을 것 같은 별명이 아닌가. 성 치고는 우리가 입장할 수 있는 입구는 아주 작았다. 딱 한 사람씩 오갈 수 있는 크기였다. 쉬농소 성이 '여인들의 성'이라 불리는 이유는 앙리 2세의 정부였던 디안느 드 푸아티에와 왕비였던 카트린 드 메디치가 각각 소유했기 때문이기도 하고, 이 성의 소유자가 주로 여성이었다는(디안느와 카트린을 포함해 모두 여섯 명)..
파리에서 두세 시간 정도 고속도로를 타고 달리면 루아르 지역에 닿을 수 있다.이곳이 유명한 이유는 프랑스에서 가장 긴 강인 루아르 강을 끼고 왕족과 귀족들이 세운 수많은 고성 때문이다.그때가 15~16세기라던가.한국에선 보통 두세 군데의 성을 보고 파리로 돌아오는 코스가 인기지만,일본 같은 경우엔 아예 며칠씩 머물며 고성만 보는 프로그램도 있다고 한다.정확히 무슨 이유 때문인진 모르겠으나 프랑스를 향한 일본의 애정은 참으로 놀랍다. 나도 투어에 참여해 루아르 지역을 가게 될 기회를 얻었다.쉽게 갈 수 있는 곳은 아니므로 다시 없는 행운이었지만,사실 파리의 고속도로를 달릴 수 있다는 게 제일 좋았다.고속도로와 휴게소의 시는 귀족의 귀를 즐겁게 했던 칭송시보다 훨씬 아름다우니까. 파리 시내를 빠져나오는 데 ..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루브르에서 작품만 감상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세계 최대 규모가 무엇인지 보기 위해 찾아든 세계 각국의 사람들도 감상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오히려 그 편이 더 재미있기도 하다. 지루함과 진지함을 오고가는 수많은 얼굴을 보다 보면 내가 여기에 온 이유가 무엇이었는지 헷갈리기도 한다. 회랑을 통과해 들어가는 게 좋다. 빛이 만든 타원형 창 너머로 유리 피라미드가 보이는 지점. 그 기하학적인 지점이 나를 들뜨게 한다. 남자는 광장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띄었었다. 시를 짓고 있는 걸까 그림을 그리고 있는 걸까. 유심히 보게 된다. 그리고 이내 그를 유심히 봐야 하는 이유를 알게 된다. 단체 관람을 온 듯한 아이들(?)도 보였다. 루브르에 수집된 수십 만 점의 작품을 감상하는 것보다 분..
산책을 하는 데 특별한 목적이 있을 필요는 없다. 그냥 걷고 싶은 길을 걷고 싶은 만큼 걸으면 그만이다. 그 와중에 생각을 정리한다거나 추억을 되짚는다거나 풍경을 마음에 기록한다거나 하는 게 가능하다면 덤처럼 누리면 그만이고. 그러니 꼭 가야할 곳도 없었고 꼭 해야할 할 일도 없었던 나는 산책이나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아주 긴 산책을, 그냥 무작정 걷다 쉬다 하는 하루를 보내고 싶었다. 어디서 시작할까 하다가 몇년 만에 노틀담 성당에 다시 가볼까 하여 지하철에 올랐다. 출근 시간도 아닌 것 같은데 생각보다 사람이 많았다. 아침 햇살이 임시로 짠 나무벽에 부딪히는 질감이 좋았다. 그러나 뭐 눈엔 뭐만 보인다고, 그 위에 붙은 픽토그램은 어느 길로 가야할지 몰라 갈팡질팡하는 사람처럼 보였다. 좋아, 산책의..
파리에 갔는데 에펠탑을 못 보고 왔다고 한다면 그건 거짓말이다.이 좁은 도시 안에선 어디를 가든 기어코 고개를 내밀어 자신을 드러낸 에펠탑을 볼 수 있으니까.사실 한국에서도 너무 쉽게 에펠탑의 모형이나 사진, 그림을 볼 수 있으니이만큼 친숙한 파리의 상징도 없을 것이다. 그래서 파리를 다녀온 여행담에서 에펠탑은 그리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지 못한다.일단 가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봤을 게 분명한데다가가까이 가면 너무 커서 제대로 보이지 않고,전망대에서 바라보는 파리의 전경은 그리 인상적이지 않으며,매 정각 깜빡이는 조명도 몇 번 보다 보면 질리게 마련이니까."에펠탑 진짜 크고 예쁘더라."그 이상의 감상을 우리는 표현할 수가 없다. 그러나 한 가지는 인정해야겠다.사진만큼은 정말 많이 찍게 된다고.굳이 에펠탑이 ..
고흐의 그림을 통해 가보지도 않은 오베르 쉬르 우아즈의 교회가 친숙해졌지만 정작 캔버스에 그려진 인상적인 외관 때문에 교회 내부는 어떤 곳일까 상상해 본 적이 없다. 오히려 불안한 길을 따라 걷고 있는 한 여인에 대해 더 궁금하곤 했었다. 그런데 이곳은 아직도 마을의 종교적인 성소로서의 역할을 다하고 있었고, 누구나 자유롭게 출입이 가능했다. 교회 안으로 들어가며 익숙한 방식으로 인식되던 어떤 대상에게서 전혀 다른 면을 발견한 듯한 신선함을 느꼈다. 강압적이고 깐깐한 상사가 가정에서 다정한 태도로 아이를 대하는 모습을 보았을 때나 매일 지나치던 골목길 안쪽에 관리가 잘 된 작은 공원이 있다는 걸 발견했을 때의 느낌처럼 말이다. 교회 안으로 들어가면 저절로 몸과 마음이 차분해지며 작은 소리 하나 내지 않으..
아침 햇살이 비껴 반짝이는 우아즈 강변엔 어떤 특별한 장면이 있는 게 아니었다. 조깅을 하는 마을 사람들을 한둘 지나쳐 보내고 나면 다시 찬 바람과 정적이 그 자리를 채웠다. 너무나 한가해서 이대로 마을 어딘가에 있는 집으로 들어가 늦잠을 청해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았다. 천박한 간판도 없고 지나친 도태도 없이 오랜 세월 이대로 쭉 이어져 왔을 모습은 우리네 시외 작은 고장이 배웠음직한 미덕이었다. 만약 이곳에서 빈센트 반 고흐가 마지막 순간을 보내지 않았다면, 그리하여 공동묘지에 동생과 함께 눕지 않았다면, 이 작은 마을은 이토록 널리 알려지지 못했으리라. 고흐의 엄청난 팬이라고 할 순 없지만 그의 수많은 그림과 그 만큼 수많은 편지를 보고 읽은 사람으로서 그가 걸었던 길 중 하나를 걷기로 했다. 작은..
그림은 실제로 눈앞에서 볼 때가 제일 좋지만 사진에 담아서 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한 가지 각도로 고정되고 색온도에 따라 색감이 틀어져 원본과 다른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그림을 잘 못 그리기 때문에 다른 사람의 그림을 찍음으로써 위안을 삼자는 심산이기도 하지만. 피그말리온 효과까진 아니어도 가까이에서 찍은 그림은 그 자체로 한 장의 사진을 그림처럼 보이게 만들기도 한다. 액자 주변의 실사조차도 누군가 붓으로 그려낸 듯한 결과물로 바뀐다. 그 비현실적인 느낌이 좋다. 캔버스에 그림을 그리는 노력에 비하면 셔터를 누르는 건 턱없이 쉬운 일이라 무임승차를 하는 기분이 들 정도다. 몽마르트 언덕에선 건물의 벽이 유화 물감을 바른듯 진득한 색으로 칠해져 있어서 거리 전체가 거대한 회화로 보이기도 했다. 그림 ..
박물관이나 미술관을 제외하고 파리에서 그림을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곳은 몽마르트 언덕의 테르트르 광장일 것이다. 마침 늦겨울의 햇살이 광장 안으로 곧장 떨어지는 시간이었다. 자연광과 어우러진 화폭의 색채에 눈이 부셨다. 만물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주광의 영역에 있었음에도 현실과 동떨어진 곳에 있는 느낌이었다. 하긴 이렇게 많은 화가들이 이렇게 좁은 공간에 모여있다는 것 자체가 비현실적이긴 하다. 화가들의 실력이 어떻냐고 물어본다면 나는 뭐라 대답할 말이 없다. 테르트르 광장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기념품 매장이니까. 그림의 주제는 대체로 관광객인 당신이거나 사진으로 미처 담지 못한 파리의 아름다운 풍경, 그 두 가지로 한정돼 있다. 여기에선 뛰어난 예술 작품보단 파리를 기념할 수 있는 뭔가를 얻어가기..
혼자서 뭘 하는 걸 좋아한다. 엄밀히 말하면 혼자 하는 게 더 잘 어울리는 일을 좋아한다. 글쓰기가 그렇고, 사진 찍기가 그렇다. 여행은 아직 잘 모르겠다. 여행은 누구와 함께 가느냐가 제일 중요한 만큼 죽이 잘 맞는 사람,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인 편이 낫겠지. 하지만 난 나를 꽤 좋아하니까 혼자, 나와 함께 여행하는 것도 좋다. 그러면 글과 사진은 절로 따라오니까. 예전엔 그러지 못했는데 언젠가부터 식당에서 혼자 밥먹는 게 어색하지 않다. 죽이 잘 맞는 사람이나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가 아니라면 식사도 여행만큼이나 고역이 된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사회성이 아주 좋은 인간이라고 생각했는데 최근 몇 년 사이에 그마저도 다 깎여나간 모양이다. 툭하면 몸도 마음도 체한 것처럼 무거워지기에 십상이니까. 어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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