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일찍 호텔에서 고수가 들어간 쌀국수를 억지로 먹고 픽업 나온 밴에 올랐다. 어제 방갈로에서 묵었던 나머지 친구들이 전부 앉아 있었다. 물론 오늘 닌빈으로 떠나는 타냐는 없었다. 대신 어제 식당에서 잠시 만난 네 명의 프랑스인이 새로 나타났다. 그들도 배를 타고 하노이로 돌아가는 모양이었다. 이후로는 그저 이동에 이동일 뿐이었다. 언덕을 넘어 항구에 도착하여 배를 탄다. 그리 멀리 가지 않아 우리는 다른 배로 옮겨탔고, 거기서 또다른 사람들을 만났으나 별로 얘기는 나누지 않았다. 후지필름의 미러리스 카메라로 사진을 찍고 베트남 보트카 병을 싸갖고 다니며, 담배도 자주 피우는 한 남자가 눈에 띄었다. 그는 옆에 사람이 있으면 끊임없이 말을 걸었는데, 주제는 주로 자신의 여행 이야기였다. 여행 중에..
깟바 섬 남동쪽에 있는 항구는 예상했던 것보다 규모가 컸다. 선착장엔 별 게 없어보였지만 언덕을 넘자 무수한 숙박업소와 식당, 바와 구멍가게들이 나타났다. 배에 탔던 다른 일행 대부분은 방갈로에서 묵는 듯했다. 우리가 묵는 호텔은 우리도 모르는 새에 깟바 섬에서 제일 좋은 곳으로 예약되어 있었다. 가격은 방갈로가 더 비싸지만, 나름 호텔은 호텔이다. 그것도 전망이 아주 좋은 곳으로. 깟바 섬까지만 여행사 프로그램을 이용하고 그 이후로는 개별적으로 이동하는 타냐가 먼저 내렸고, 다음에 나와 D가 내렸다. 나머지 젊은 친구들은 계속 배를 타고 방갈로가 있는 해변을 향해 떠나갔다. 사진 상으로는 그냥 그래보였던 호텔이 약간 빛 바랜 흰색 몸체를 보무도당당하게 드러내며 우뚝 서 있었다. 규모 면에서는 ..
이 배에도 액티비티는 있었다. 로빈슨 섬 앞에 정박하곤 배에서 다이빙하기. 깟바 섬에서 자전거 타기. 몽키 아일랜드 가서 원숭이를 구경하고 해수욕하기. 수영을 잘 못하는 나로서는 방비엥 블루라군에서 훨씬 더 높은 곳에서 뛰었음에도 로빈슨 섬에서의 다이빙에 도전하진 못했다. 게다가 숙취 때문에 좀비처럼 누워있던 친구들이 물에 들어갈 시간이 되자 갑자기 되살아나서 활개를 치는 통에 그러고 싶은 마음도 없어졌다. 방비엥에서 샀던 수영복은 비엔티안 삐 마이 때 물을 맞은 후 찢어지는 바람에 버렸고, D가 빌려준 바지는 가방 안에 있었다. 그걸 갈아입는 것 또한 귀찮았다. 그러나 물은 맑았고, 배에서 바다로 곧장 떨어진다는 건 아주 매력적으로 보이기는 했다. 깟바 섬의 서쪽인가 남쪽에 정박해 왕복 10km 정..
다음 날, 우리는 배를 한 번 갈아타야 했다. 갈아타기 전, 배는 바다 위 진주 농장에 잠깐 들렀다. 마치 어제의 동굴이나 해변이라도 되는 것처럼 꽤 많은 크루즈에서 사람들이 몰려와 다 같이 글을 양식하는 모습과 진주의 씨앗을 이식하는 과정과 결국 삼 년된 운 없는 녀석에게서 진주를 꺼내는 과정까지 지켜보았다. 한국에서 출발하는 단체 여행에 쇼핑이 포함되어 있듯, 진주 농장 방문도 현지 여행사의 부수입이 되는 모양이었다. 안타깝게도 우리 크루즈에 타고 있던 사람들은 하나도 사지 않은 듯했지만. 진주를 얻어내는 과정은 딱히 윤리적으로 보이진 않았다. 앞으로 잘 자랄 것으로 보이는 조개를 골라 거기에 코어를 이식하고, 몇 년이 흐를 때까지 그물에 묶거나 망에 담아 기르는 게 말이다. 멀쩡하고 값비싼 진주..
크루즈의 밤 일정은 예상했던대로 조용했다. 친절한 가이드는 우리에게 삼십 여 분의 샤워할 시간을 줬다. 그리고 스피링롤을 직접 만들어 먹고 저녁을 먹은 후 원하는 사람은 가라오케에서 노래를 부르라고 했다. 나와 D는 번갈아 씻고 몸 상태를 점검했다. 바닷바람은 차가웠다. 더운 것보단 훨씬 낫지만, 바람을 많이 맞다보니 훨씬 더 피로해지는 것 같았다. 샤워를 일찍 끝내고 다른 사람들을 기다리는 동안 맨 위 갑판 선 베드에 잠시 누워있었다. 엄청난 수의 별을 기대했지만 보이지 않았다. 미리 올라와 있던 사람들은 이 순간이 아주 좋다는 대화를 나눴다. 다들 친절했고 친화적이었으며 서로에게 너무 많이 간섭하지도 않았다. 배는 한 군데 닻을 내리고 정박해 바람에 따라 천천히 제자리에서 돌았다. 멀미는 나지 않..
하롱베이엔 삼천 여개의 섬이 있다고 한다. 각각은 그다지 크지 않지만, 배가 그 바로 옆을 지나갈 때는 절로 고개를 들어 꼭대기를 올려다 보게 되었다. 석회암 섬은 꼭 하늘에서 떨어져 바다에 막힌 모양새였다. 그 위에도 나무는 무성하라 머리카락처럼 돌덩이를 덮었고, 그곳에 둥지를 튼 새가 이따금씩 순찰을 돌았다. 수면고 맞닿는 부분은 억겁의 세월 동안 파도에 깎여나가 안쪽으로 파여있었다. 그러다가 언젠가는 얇은 줄기만 남아 섬을 지탱하다 결국 쓰러질지도 몰랐다. 아마 내 생애에 그런 광경을 볼 일은 없을 것 같지만, 세월의 힘엔 놀랄 뿐이다. 바다에 크고 작은 섬이 수없이 자란 풍경은 팔라우에서 보던 것과 비슷하기도 했지만, 개체 수가 훨씬 많았다. 게다가 우리가 타고 있는 것 같은 수많은 크루즈가 ..
아침에 눈을 떴는데 머리가 좀 아팠다. D가 "7시 35분이야!"라고 다급하게 말했다. 처음에 난 그 말이 무슨 말인지 이해할 수 없었다. 7시 35분이면 이른 거 아닌가? 우리가 나갈 시각은 정오가 아니었나? 그러나 곧바로 하롱베이 투어를 시작하는 밴이 8시에 우리를 픽업하러 오기로 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짐도 제대로 안 싸뒀는데 끔찍한 일이었다. D는 머리를 감고 그 비눗물로 그대로 샤워를 했다고 하고, 나는 그나마 제대로 샴푸를 하고 샤워를 했다. D가 먼저 내려가고, 나는 마무리를 하는데 방으로 전화가 왔다. 8시 5분이었다. 라오스에서는 약속 시각에서 기본적으로 20분은 늦게 오고는 했는데, 베트남은 칼 같다. 나는 배낭을 맨 채 뭐 빠트린 게 없나 방안을 훑어보고는 황급히 로비로 내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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