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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저 주립공원일 뿐인데, 도시에 얼마나 익숙해져 있었는지 이곳은 마치 밀림의 한가운데 같다. 고사리 같은 양치류부터 기괴한 열대식물까지 일정한 패턴 없이 모인 다양한 나무들이 대지를 덮고 있다. 하늘을 가릴 정도로 커다란 나무가 자란 곳에선 식물의 축축한 숨이 머리 위로 쏟아진다. 잘 닦인 산책로를 따라가고 있음에도 원시의 숲을 헤매는 기분이다. 눈앞에 늘어진 거대한 나무줄기는 나를 정서적으로 먼 곳으로 데려가려고 손짓하는 중이고, 어딘가에서 원시 생명체가 어슬렁거릴 거라는 무책임한 상상력도 여기에 동참한다. 문명의 힘으로 편하게 걷고 있지만 여기선 문명이 아무런 힘도 쓰지 못하리라는 착각을 피할 길이 없다.




  그리고 숲이 보물처럼 감추고 있던 아카카 폭포가 나타났다. 그것은 물안개를 허리에 두르고 간극이 없는 심장 소리를 내고 있었다. 폭포의 높이는 백삼십오 미터로 도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십 층 내외의 빌딩과 비슷하다. 하지만 자연은 그 어떤 고층 빌딩보다 더 큰 경이로움을 준다. 인간이 아닌 존재가 일궈냈을 것 같은 이 작품을 마주하고 있으면 고도는 그저 피상적인 껍데기일 뿐이며 우리를 사로잡는 힘은 따로 있다는 걸 알게 된다. 거대한 바위, 오직 하나의 목적을 갖고 쏟아지는 물줄기, 가파른 절벽에서 자라난 식물들. 그 모든 존재가 인공적인 탑에선 느낄 수 없는 강력한 생명력을 뿜어내고 있었다.

  전설은 거대한 폭포가 삼켜버린 용맹한 추장과 그를 따라 건너편 폭포에 몸을 던진 부인의 사랑을 노래한다. 인간의 시점에서 이 이야기는 안타까운 기억으로 남겠지만 한 걸음 뒤에서 바라보면 시각이 달라진다. 인간이 자연의 힘 앞에 무력하다는 현실이 부끄럽거나 불합리한 일이 아니라는 사실, 우리는 우리의 운명을 담담히 받아들이는 훈련을 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사실을 시인하게 되는 것이다.




canon A-1 + 24m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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