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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휑뎅그렁한 도로에 컨테이너로 만든 식당이 자리 잡고 있다. 접시 대신 도시락 용기를 주고, 열 가지 중국 요리 중 세 가지를 마음껏 고를 수 있으며, 거기에 음료수까지 포함이다. 홀로 앉아 코코넛 소스에 빠진 새우를 포크로 찌르고 있으려니 끝없이 이어진 황야를 달리다가 외딴 휴게소에 차를 세우는 기분이 이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분이 좋아졌다. 이 식당 건너편에도 컨테이너로 만든 가게가 하나 있는데 둘 다 황량한 대지와 잘 어울렸다.

  내 취향이 그렇다. 컨테이너로 만든 단층 건물을 보고 있으면, 더군다나 그것이 식당이나 잡화점으로 쓰이고 있다면, 가슴 한구석에 작은 구멍이 뚫려 마음이 그쪽으로 쓸려 들어가듯 아득해진다. 마치 아름다운 회화 앞에 선 것처럼 그런 풍경을 오래 두고 보게 된다.

  빅 아일랜드엔 유독 컨테이너 빌딩이 많다. 얇고 투박한 철 상자 위로 건축물의 미적 가치에 대한 무심함과 실용성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그대로 반영돼 있다. 하지만 그것이 나쁘진 않다. 이곳이 첨단 기술이나 대도시의 삶과는 거리가 먼, 개발도상의 섬이기 때문이다. 아니, 농작물을 기르고 가축을 치며 가끔 최고급 커피와 리조트에 투자하는 걸 제외하면 앞으로도 뭔갈 개발할 의지가 전혀 없는 섬이기 때문이다. 정글처럼 우거진 숲이 살아있는 곳. 언제 터질지 모르는 화산 심장이 뛰고 있는 곳. 원초적인 힘이 지배하는 세상이기에 거기에 순응하듯 조악하게 세워진 구조물들은 되려 아름다워 보인다. 누가 의도하지 않았음에도 그렇게 절로 마음 홀리는 장면이 된다.



canon A-1 + 24m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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