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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은 나를 유혹하지 못한다. 아니, 솔직하게 말하자면 꽃의 아름다움을 느끼지 못한다고 해야겠다. 음식 사진을 잘 찍진 않지만 먹는 건 좋아한다. 꽃 사진도 잘 찍지 않지만 그렇다고 꽃을 좋아하는 건 아니다. 꽃의 이름을 외우지도 못하고 누군가에게 꽃을 선물해 본 적도 없다. 사람이 꽃보다 아름답다는 말을 당연하게 생각한다.
봄의 시작을 알리는 전령으로서 경의를 표하기는 한다. 벚꽃을 좋아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나뭇가지 위에 흐드러지게 핀 전체를, 바람에 연분홍빛 물결로 흔들리는 그 군집 자체를 좋아한다. 메마른 사람이라 탓해도 할 말은 없다만 꽃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돌덩이 취급받는 건 조금 억울한 일이다. 나이가 들면 달라질지도 모른다. 한살 한살 나이를 먹어가며 예전엔 싫어했던 게 좋아지기도 하니까. 동시에 좋아했던 게 싫어지기도 하니 취향의 균형은 맞는다. 그럼에도 꽃은 아직 잘 모르겠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다. 나는 꽃향기는 좋아한다. 왜 향기도 꽃이라 생각하지 않는진 모르겠다. 그냥 꽃과 향기는 별개의 문제인 것 같다. 꽃은 생명이고, 향기는 흔적이다. 나는 그 흔적이 좋다. 분명 싫은 사람인데 그의 특정한 취향이나 말투, 몸짓을 떠올리며 멋있다고 생각하는 모순처럼. 비는 싫지만 빗소리는 듣고 싶은 어떤 하루처럼. 꽃을 선물하진 않아도 꽃향기가 나는 향수는 선물하고 싶은 서툰 배려처럼.
canon A-1 + 24m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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