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치아에선 누구나 한 번쯤 이런 구도로 산 조르지오 마조레 교회를 찍는다.보이진 않지만 내 양 옆으로 다양한 렌즈를 물린 다양한 기종의 카메라가 같은 곳을 바라보고 있었다.전경, 중경, 후경이 다 갖춰져 있으니 확실히 아주 모범적인 피사체긴 하다. 남들 다 하는 거라고 따라하는 건 줏대가 없는 일이지만남들 다 하는 거라고 일부러 안 하는 것도 참 괴벽스러운 짓이다.최소한 여기선 그런 생각이 든다. @Venezia, Italy canon A-1 + 50mmkodak 100 via Photoshop
그저 주립공원일 뿐인데, 도시에 얼마나 익숙해져 있었는지 이곳은 마치 밀림의 한가운데 같다. 고사리 같은 양치류부터 기괴한 열대식물까지 일정한 패턴 없이 모인 다양한 나무들이 대지를 덮고 있다. 하늘을 가릴 정도로 커다란 나무가 자란 곳에선 식물의 축축한 숨이 머리 위로 쏟아진다. 잘 닦인 산책로를 따라가고 있음에도 원시의 숲을 헤매는 기분이다. 눈앞에 늘어진 거대한 나무줄기는 나를 정서적으로 먼 곳으로 데려가려고 손짓하는 중이고, 어딘가에서 원시 생명체가 어슬렁거릴 거라는 무책임한 상상력도 여기에 동참한다. 문명의 힘으로 편하게 걷고 있지만 여기선 문명이 아무런 힘도 쓰지 못하리라는 착각을 피할 길이 없다. 그리고 숲이 보물처럼 감추고 있던 아카카 폭포가 나타났다. 그것은 물안개를 허리에 두르고 간극이..
베네치아에선 골목골목마다 곤돌리에와 흥정을 하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이 아름다운 도시에서라면 태워주려는 사람이나 타려는 사람이나 웃으면서 원만하게 거래가 이뤄질 것 같지만더운 날씨 탓이었는지, 아니면 서로 수지가 맞지 않아서 그런지그날따라 단 한번도 웃고 있는 사람들을 본 적이 없다. 특히 둘만의 시간을 보내고 싶은 연인들이 그랬다.사실 6명 정도는 함께 나눠 내야 적당한 가격인데둘이서 지불하기에 곤돌라 한 대는 너무 비싸다.태양이 너무 뜨겁고 골목길엔 사람이 꽉 차 있어 낭만이 무럭무럭 피어오를 만한 상황도 아니었으니 말이다. 어느 나라에서 왔든 각자의 처지를 잘 아는 연인이라면몇 십분을 위해 지나친 지출을 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남자는 선뜻 비싸다는 말은 못하고 여자의 눈치를 볼 것이며여자는 기다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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