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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작 아이폰으로 찍은 시암 파라곤 사진은 없다.)

iSanook에서도 체크아웃을 한 우리는 기차역으로 가 유료로 짐을 맡겼다. 그리고 다시 카오산 로드로 이동해 아점으로 피자를 먹고, 커피 월드에 들러 커피를 마셨다. 거기서 다시 한 시간 반 정도 시간을 보내며 책을 읽고 글을 썼다. 치앙마이행 열차는 밤 10시 출발인데 시간은 아직 많이 남았다. 그래서 어디를 또 들를까 고민하다가 시암 역 쪽에 있는 쇼핑센터 단지에 가기로 했다. 돈도 좀 아끼고 체험도 해 볼 겸 버스를 탔다. 에어컨이 없는 버스였는데 정말 지독히 더워서 내려서 걷는 게 더 상쾌할 정도였다.
방콕의 버스에선 차장 같은 사람이 돌아다니며 버스비를 받았다. 차가 끊임없이 흔들려도 균형을 잃지 않는 두 다리가 굳건한 남자였다. 게다가 친절하기도 했다. 다만 기사는 성격이 좀 급한 사람인지 승객이 계단을 다 오르기도 전에 버스를 출발시켜 아찔한 상황을 연출하곤 했다. 그래도 외국인이나 노인이 오를 땐 급출발은 하지 않았다. 물론 승객이 내릴 때도 땅에 닿기도 전에 움직이는 건 마찬가지였지만 말이다.
시암이란 단어가 보일 즈음, 아마 종합운동장 앞이었던 것 같은데 너무 더워서 그냥 내려버렸다. 다행히 육교가 있었고, 쇼핑몰이 서로 고가도로로 이어져 있어 그나마 시원하고 편하게 다닐 수 있었다. 우리는 도큐를 지나 시암 센터를 거쳐 시암 파라곤에 도착했다. 시암 파라곤의 명품관은 빵빵한 에어컨과 고급스러운 매장으로 인상적이었다. 쇼핑센터를 구경하며 천천히 돌아다니던 우리는 지하 매장에 MK 수끼 골드란 곳에 가 수끼를 먹었다. 샤부샤부라고 할 수 있는 수끼는 지금껏 우리가 먹은 음식 중 가장 비싼 값을 자랑했지만, 해산물이 신선하고 양도 푸짐했다. 게다가 국물이 들어가니 해장이 되는 기분이기도 했다. 하지만 배가 부르자 급격히 피곤해지며 앉아있을 곳이 필요했다. 그래서 스타벅스에 가 편한 소파 자리를 차지하고 또 거의 두 시간 정도를 앉아 있었다. 오늘 한 일이라고는 자리에 앉아있는 것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책도 오십여 페이지를 읽고 노트도 정리할 수 있으니 아깝지 않은 시간이었다고 생각한다.
오후 여덟 시 즈음에 쇼핑몰을 나와 택시를 잡으러 돌아다녔다. 센터 월드인가 하는 곳 앞에서 택시를 잡아주는 서비스를 하길래 목적지를 말하고 벤치에 앉아 차가 오기를 기다렸다. 그랩 택시라는 회사는 애플리케이션으로 택시를 잡고, 가격도 흥정 요금이 아닌 미터 요금으로 다닐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했다. 그래도 택시는 더럽게 오지 않았고, 승차거부도 엄청나게 많이 했다. (택시를 잡는 직원이 따로 있어서 우린 그냥 앉아있기만 했다.) 그러다가 그랩 택시 마크가 크게 붙어있는 택시 한 대가 나타났다. 어떤 할아버지가 운전하는 택시였는데, 죄송한 말씀이지만 정말 당장 드러누우셔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은 나이 많은 분이었다. 직원이 태국어로 기차역까지 가달라고 말해서 다행이지 영어도 전혀 못 하시는 거 같았다. 그런데 웬걸. 차가 출발하자 스마트폰으로 그랩 택시 어플을 켜더니 승차 신고를 하고 미터기를 켜는 게 아닌가. 나하고 D는 크게 웃을 수밖에 없었다. 터치 자판을 누르기도 벅차실 것 같은 분이 지금껏 본 택시 기사 중 가장 스마트한 분이었던 것이다. 모든 게 예상 밖이구나! 우리는 이 엉뚱함에 무척 기분이 좋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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