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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방을 사고 다시 나이트 마켓이 열리는 사거리로 돌아와 조마 베이커리란 곳으로 향했다. 이곳뿐만 아니라 비엔티안과 하노이에도 지점이 있는 조마 베이커리의 최장점은 감각적인 인테리어를 갖춘 데다가 에어컨도 있다는 것이었다. 커피도 맛있었고 말이다. 하지만 에어컨 바람을 오래 쐬자 몸 상태가 급격히 안 좋아졌고, 결국 우리는 바깥 자리로 옮겼다. 다행히 차양 아래 그늘에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시원했다. 계속 특별한 일은 하진 않았던 것 같은데 모처럼 여유를 만끽하는 기분이 드는 건 또 왜일까. 역시 난 카페가 맞는 것일까. 저번 삿포로 여행과 이번 동남아 여행을 쭉 지켜본 결과 나는 다양한 카페와 시끄러운 음악을 듣기 위해 돌아다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그러면서 중간마다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물론 사람과의 접촉은 피곤하다. 하지만 그러지 않으면 또 뭔가 불만족스럽다. 그 중간선을 잘 찾아야 할 텐데, 글쎄, 벌써 여행의 반이 가까워져 오고 있고, 난 아직 배울 게 너무 많다.
카페에 앉아 그런 이야기를 깨작거리다가 밀린 노트를 한꺼번에 정리하기도 했다. D는 입욕제로 목욕을 하겠다며 먼저 숙소로 돌아갔다. 나는 글을 쓰다가 지나다니는 사람들을 구경했다. 외국으로 여행이 가능한 나라라면,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모두 이곳에 모여있는 것 같았다. 오히려 유럽 여행 때보다 더 제대로 된 유럽인을 만나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그들도 낯선 땅에 와 있기 때문에 조금 더 조심스럽고 조금 더 활발하며 조금 더 친근하기 때문이다. 태국을 비롯해 왜 여러 동남아시아 국가들이 배낭 여행자들의 성지인지 나는 이제야 알 것 같았다. 당신이 무엇을 상상하든, 이곳은 저렴한 숙소와 정체 모를 길거리 음식, 그리고 휘휘 돌아가는 지구본에서 쏟아져 나오는 것 같은 다양한 국적의 친구에 열광하는 여행자들이 무덤까지 가져갈 요람이다.
내 옆자리에 갑자기 배낭이 쌓이기 시작했다. 막 다른 도시에서 이곳에 도착한 듯 보이는 미국인들이 짐을 놓고 커피를 시키고 있었다. 숙소도 안 정해둔 게 분명한데 말이다! 일단 짐부터 풀고 보는 우리와는 사뭇 다른 태도였다. 그중 한 여자가 설탕인 줄 알고 카푸치노에 소금을 뿌리자 옆에 있던 남자가 그녀를 타박했다. 그러자 여자는 의기양양하게 소금이 묻은 거품을 모두 건져내고 커피를 마시기 시작하는 것이다. 아, 바로 그런 거다. 어쩔 땐 카푸치노에 소금을 뿌려 마실 수도 있고, 그게 문제가 되면 거품을 건져내면 되는 굵직한 신경이 필요한 게 바로 여행인 것이다. 물론 그런 사소한 장면에서 받은 인상으로 내 안의 굳은살이 떨어져 나갈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건 말처럼 쉽지는 않은 일이다. 그러나 뭐 어떠랴. 계속 충격을 주다 보면 형태가 바뀌는 날도 오겠지. 마치 가파른 산비탈을 여러 사람이 오르내리며 흙과 나무뿌리를 다진 통에 마침내 발 디딜 땅이 만들어지듯 말이다.
방으로 돌아오자 D는 방을 정리하고 입욕 준비를 하고 있었다. 이후로는 여느 때와 다를 바 없는 저녁이었다. 해가 진 후 나이트 마켓에 가 길거리 음식으로 저녁을 먹고, 맥주를 마시다가 일찍 돌아오는 과정의 반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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