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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어나도 가라앉지 않은 알레르기 때문에 속이 상했다. 오늘도 일찍 일어났지만, 꾸물거리고 미적거렸다. 드럽게 느린 와이파이로 여행기를 올린 후, 몇 번이나 팔의 상태를 확인했다. 본다고 나아지진 않는다.
아침을 먹고 샤워를 한 다음 정오를 조금 넘겨 강가로 향했다. 강가에는 우리가 그토록 그리던 방갈로가 여러군데 있었다. 그뿐만 아니라 강변에 작은 오두막이 지어져 있어서 거기 드러누워 한가로운 시간을 보낼 수 있게 되어있었다. 방갈로가 어떤 상태인지 둘러보고 맥주 한 병을 겨드랑이에 낀 채 오두막에 앉자, 아, 드디어 평화가 나에게 찾아왔다. 강에는 백인 아이와 라오인 아이가 나란히 발가벗고 수영을 하고 있다. 국적, 아니 인종조차 알 수 없는 한 부부는 수영복을 입은 채 태양 아래 늘어져 책을 읽고 있었다. 햇빛을 받아들여야 할 이때 가장 두려워해야 할 대상이 그것이라니 가슴이 아팠다. 까무잡잡해 태국 사람들한테도 그들과 피부색이 같다는 이야기를 들었던 나였기에 이렇게 민감할 줄은 몰랐다. 하지만 바람은 시원하다. 커다란 스테레오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도 수면을 치고 나에게 날아온다. 그것을 몸으로 받고 나는 흥분 상태에 빠진다. 그렇다, 바로 이 순간을 기다려왔던 것이다! 지금만큼은 알레르기도 신경 쓰이지 않는다. 누군가를 붙잡고 지금 어떤 기분인지 말해보라고 다그치고 싶을 정도다. 루앙 프라방에서 만난 한국 친구들이 카약을 타고 지나가는 것 같아 크게 인사했는데, 알고 보니 그들이 아니었다. 그들은 똥씹은 표정으로 나에게 마지 못해 손을 흔들었다. 그러면 어떠랴! 언젠가 그 순박한 친구들도 지나가겠지. (나에게 계속 형님이라고 메시지를 보내던 예의 바른 대학생이었다.)
또, 바람이 분다. 더위가 날아간다. 높게 솟은 산 너머로 구름이 밀려들어 온다. 비가 내려도 좋겠다. 카메라만 꽁꽁 싸맨 채 잔뜩 젖어 게스트하우스로 달려가도 좋겠다. 맥주가 줄지 않고 담배가 계속 종이 곽에서 피어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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