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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약킹을 마치고 우리는 방갈로 앞 오두막에 다시 누웠다. 오두막에서 마실 음료나 술을 파는 매점에선 여전히 듣기 좋은, 신나는 팝과 클럽 음악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아무래도 방비엥에서 가장 최고의 장소는 이곳이다. 수영복을 입은 사람들이 강에서 물장구를 치고, 지붕이 있는 오두막에는 햇빛을 피하고 싶은 사람들이 지붕이 없는 판자 위에서는 선탠을 하고 싶은 사람들이 눕는다. 모두 맥주나 과일 쉐이크를 한 잔 씩 들고 있다. 저물녘이라 바람은 시원하다. 강 건너 호텔 뒤에 공사장이 하나 있었는데, 거기서 하늘 높이 크레인 한 대가 솟아 있었다. 발레를 하듯 거대한 팔이 회전하는 걸 보는 것도 좋았다. 그것은 아무 소리도 내지 않았고, 야자수와 오래된 프랑스 식민지 풍의 호텔, 카약을 타고 열심히 노를 젓는 사람들, 강과 오두막의 성긴 지푸라기 따위가 자아내는 남국의 전원 풍경과 놀랍도록 잘 어울렸다. D의 말을 빌리자면 마치 놀이공원에서 거대한 기구가 움직이는 걸 보는 기분이었다. 그 우아한 움직임. 강을 다 뒤덮고 산에 부딪혀 다시 돌아오는 육중한 우퍼의 저음. 맥주는 딱 한 캔이 좋다. 맥주는 더는 알코올이 아니다. 물이나 음료수, 이 도시에서 우리가 마심으로써 지불해야 하는 세금이다.
우리 주변에 있는 사람들은 무슨 이야기를 하고 무슨 생각을 하는지 궁금하다. 이 천연덕스러운 마을에서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자유, 여유, 바람, 태양, 음악, 술, 마약, 게임, 만남, 파티, 흥분 그 어떤 것이 필요한지. 그리고 왜 그런 것들이 필요한지. 바라는 바를 이루고는 있는지. 나에게 같은 질문을 한다면 나는 그 답을 고민해 봐야 할 것 같다. 사람인지 혼자 있는 시간인지 휴식인지 쉴 새 없는 움직임인지.
처음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실제로 많은 이들을 스치면서 잠깐이나마 서로에 관한 물음으로 시간을 보낸 적도 많다. 눈이 마주치면 우리는 인사와 함께 "어디서 왔어?"라는 질문을 던지니까. 하지만 아이폰으로 찍은 사진을 보면 거의 나와 D밖에 없다. 때때로 우리가 이곳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의문스럽기도 했다. 우리보다 붙임성이 좋고 활발한 친구들의 카메라 롤 안에는 온갖 국적의 인물들이 다 등장한다. SNS에 심취한 이들은 일일이 태그를 걸며 그들의 만남을 기념한다. 페이스북을 별로 좋아하진 않지만, 여행 중 가벼운 교제를 기록하는 데 그만한 도구도 없다는 생각은 한다. 그렇다면 나는 그러길 바라는 걸까? 아니다. 표면적이다. 며칠 씩 함께 다니며 알아가지 않는 한 만족할 수 없다. 게다가 때로 누군가와의 대화가 몹시 피로해질 때도 많은 것이다... 우리는 우리만의 여행도, 모든 익명을 갑자기 친숙한 이름으로 바꾸는 여행도 즐기고 있지 않다. 뭔가 어중간한 위치에서 시간을 보낸다는 게 갈수록 안타깝기만 하다.
그러나 지금 이 순간만큼은 이 오두막이 좋다. 이 풍경과 함께 몽땅 땅에서 뽑아내 우리 집앞에 가져다 놓고 싶다. 나 하나만 뽑아서 여기에 가져다 놓으면 그만인데 기어코 나는 그런 이상한 꿈을 꾼다. 여러 생각이 스쳐지나가지만, 많은 양이 강이든 바람이든 음악에든 씻겨 가버렸다. 그것들은 내가 집으로 돌아가 지금을 돌아볼 때야 제 집을 찾아 나에게 돌아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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