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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비엥의 마지막 날, 무엇을 했을까. 아침에 옮겨 둔 방갈로에서 샤워를 했다. 해먹에 누워 잠시 눈을 감고 있었다. 소떼가 지나가는 걸 보았다. 사람들이 여전히 강변에서 물놀이를 하며 카약킹을 하는 사람들에게 물을 퍼붓는 걸 보았다. 이곳이 이전에 이 박을 했던 방갈로보다 훨씬 싸고 좋다는 걸 알았다. 방갈로가 둘러싼 정원에 서면 보이는 절벽이 새삼 웅장하다는 것과, 가끔 염소 몇 마리가 이곳으로 와 풀을 뜯고 간다는 걸 알았다. 아고다에서 예약하면 직접 예약하는 것보다 좋은 방을 줄 때가 있다는 걸 알았다. 하늘을 보았다. 열기구를 보았다. 오른쪽 저 멀리에선 여전히 음악 소리가 울리고 누군가 쉬지 않고 마이크로 뭔가를 소리쳤다. 바람이 불었다. 글을 썼다. 방비엥에서의 마지막 날임을 실감했다. 그래도 크게 달라지는 건 없었다. 저녁을 먹으러 갔다. 볶음밥과 쌀국수를 주문했는데 고춧가루를 뿌리자 쌀국수의 국물이 그렇게 얼큰할 수 없었다. 마트에서 좋은데이 소주를 사와 밥을 먹으며 마셨다. 마지막으로 사쿠라 바에 갔다. 낮에 블루라군에 같이 갔던 분들과 잠깐 핑퐁 비어를 하고 놀았다. D는 일찍 들어가고 싶어 했다. 방비엥의 밤이 깊어가는데 나는 뭔가 아쉬웠다. 라오스에 다시 온다면 이 작은 마을에만 있으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는 또 뭔가가 충만하면서 동시에 아쉬울 거라는 걸 예감했다. 꽤 긴 글을 썼다. 비엔티안에 가도 이곳만큼 좋지 않으리라는 걸 가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어쩌면 내가 그리던 라오스에서의 여정은 이곳이 마지막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모기가 물었다. 하늘엔 똑같은 별이 그대로 달려 느리게 회전하고 있었다. 오늘이 여행의 마지막 날이고, 내일 집으로 돌아가는 것 같은 착각을 떨칠 수 없었다. 그러니까 뭔가가 서늘해졌다. 아까 먹었던 쌀국수를 다시 먹고 싶어졌다. 하노이에 가면 그보다 더 맛있는 쌀국수를 먹을 수 있기를 기대했다. 그래도 왠지, 오늘이 모든 것의 마지막인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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