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을 종합해 봤을 때, 나는 혼자 여행해야 하는 사람임을 알았다. 나는 속박을 원하고, 또 원한다. 그 무엇에도 예속되지 않았을 때, 나는 진정한 글을 쓸 수 있을 것 같다. 최고의 여행 친구와 함께하기 때문에 나는 더 성장할 수가 없다. 그것이 정답이다. 나는 갈림길에서 갈팡질팡한다. 어디로 가야할지 몰라 그냥 갈림길에 주저 앉는다. 아마 집으로 돌아가면 나는 또 조금은 바뀌어있겠지만, 끝없이 조급해 했던 이유는 그 폭의 미미함 때문이다. 나를 극으로 몰아붙이고, 떠나온 사람들의 얼굴을 하나하나 그려보며 그리워할 때, 나는 길을 선택할 수 있을 것이다. 여기까지 생각이 닿는 과정은 당신의 예상보다 훨씬 슬펐다. 왜냐하면, 내가 또 이런 기회를 얻기 위해서는 수없이 많은 시간과 수없이 많은 노력..
방비엥의 마지막 날, 무엇을 했을까. 아침에 옮겨 둔 방갈로에서 샤워를 했다. 해먹에 누워 잠시 눈을 감고 있었다. 소떼가 지나가는 걸 보았다. 사람들이 여전히 강변에서 물놀이를 하며 카약킹을 하는 사람들에게 물을 퍼붓는 걸 보았다. 이곳이 이전에 이 박을 했던 방갈로보다 훨씬 싸고 좋다는 걸 알았다. 방갈로가 둘러싼 정원에 서면 보이는 절벽이 새삼 웅장하다는 것과, 가끔 염소 몇 마리가 이곳으로 와 풀을 뜯고 간다는 걸 알았다. 아고다에서 예약하면 직접 예약하는 것보다 좋은 방을 줄 때가 있다는 걸 알았다. 하늘을 보았다. 열기구를 보았다. 오른쪽 저 멀리에선 여전히 음악 소리가 울리고 누군가 쉬지 않고 마이크로 뭔가를 소리쳤다. 바람이 불었다. 글을 썼다. 방비엥에서의 마지막 날임을 실감했다. 그..
종종 그런 날이 있다. 아침부터 바쁜 그런 날. 방비엥에 하루 더 있기로 했기 때문에 지금까지 묵던 아더 사이드 방갈로를 떠나 바로 옆에 있는 바나나 방갈로로 이동해야 했다. 게다가 열 시엔 약속도 잡혀 있었다. 어제 잠깐 사쿠라 바에 갔을 때 만난 한국분들이 함께 블루라군에 가자고 했기 때문이다. 블루라군으로 가는 툭툭이는 보통 15만 낍이 넘는 모양이라 인원을 모아서 함께 가는 게 저렴하다는 것이었다. 이야기는 많이 들었지만 갈 생각은 못 하고 있던 우리였길래 얼떨결에 승락을 했고, 출발 시간이 열 시가 되었다. 우리를 포함해 모두 아홉 명의 한국인이 모일 예정이었다. 그러나 바쁘지만 뭔가 재빨리 해결하는 데 우린 일가견이 생겼다. 일어나 씻고 짐을 싸고 체크 아웃과 체크 인을 하고, D는 컵라면..
방비엥 거리를 돌아다니다 보면, 지금까지도 그랬지만, 매우 다양한 타지인들을 만날 수 있다. 태국, 중국, 한국과 소수의 일본인을 비롯한 아시아계와 남미와 북미, 유럽, 호주에서 온 서양인들을 골고루 본다. 대체로 반쯤은 축제에 미쳐있고, 반쯤은 삼삼오오 얌전하게 돌아다니며 길거리 음식을 사 먹거나 잡화점에서 옷과 모자 따위를 둘러본다. 여행이 반을 훌쩍 넘어 삼분의 이 지점에 다다르자 어떤 부드러운 결핍이 느껴졌는데, D도 정확히 지적했듯이 긴 여정에선 두 사람도 부족한 면이 있기 때문이다. 여기엔 한계가 있었다. 그건, 뭐랄까, 활기와 웃음이었다. 오두막이나 펍에 여럿이 둘러 앉아 맥주를 마시며 뭔가를 이야기하는 이들은 때때로 세상이 떠내려 갈 만큼 웃어대기도 했다. 나와 D는 워낙 얌전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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