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부터 라오스의 설날, 삐 마이가 시작된다. 간밤에 딴 것도 아니고 한국의 새우탕면을 먹었다가 새우 알레르기에 시달린 D는 매우 수척해 보였다. 우리는 오후 늦게 일어났다. 방갈로 발코니에 서서 바라보기만 해도 세상의 햇빛이 얼마나 뜨거울지 가늠이 됐다. 그러나 우리의 시야가 닿지 않는 강 건너편에선 분명 물 축제가 한창일 것이다. 둘 다 컨디션이 썩 좋지 않았던 우리는 나가는 데 많은 용기(?)가 필요했다. 하지만 방비엥에서 하루 더 묵기로 했기 때문에 비엔티안으로 가는 버스 시간을 바꿔야 했고, 숙소도 연장을 하든 다른 곳으로 찾든 해야했다. 우리는 두 시가 넘어서야 밖으로 나와 거리를 걸었다. 강변에서 중심지로 올라가는 작은 골목부터 술집에서 양동이에 물을 담아 지나가는 사람에게 뿌리는 직..
카약킹을 마치고 우리는 방갈로 앞 오두막에 다시 누웠다. 오두막에서 마실 음료나 술을 파는 매점에선 여전히 듣기 좋은, 신나는 팝과 클럽 음악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아무래도 방비엥에서 가장 최고의 장소는 이곳이다. 수영복을 입은 사람들이 강에서 물장구를 치고, 지붕이 있는 오두막에는 햇빛을 피하고 싶은 사람들이 지붕이 없는 판자 위에서는 선탠을 하고 싶은 사람들이 눕는다. 모두 맥주나 과일 쉐이크를 한 잔 씩 들고 있다. 저물녘이라 바람은 시원하다. 강 건너 호텔 뒤에 공사장이 하나 있었는데, 거기서 하늘 높이 크레인 한 대가 솟아 있었다. 발레를 하듯 거대한 팔이 회전하는 걸 보는 것도 좋았다. 그것은 아무 소리도 내지 않았고, 야자수와 오래된 프랑스 식민지 풍의 호텔, 카약을 타고 열심히 노를 젓..
오늘은 방갈로로 숙소를 옮긴다. 늦게 일어나진 않았지만, 숙취가 있다. 머리는 무겁고 속은 더부룩하다. 소주를 마신 것까진 좋았는데 그 이후로 여러 술을 섞어 마시다 보니 이 꼴이 된 모양이다. D의 상태는 더 안 좋아서 그는 방갈로로 옮겨 침대에 눕자마자 오늘 하루 종일 여기서 벗어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난 몸은 힘들면서도 까닭없이 조급해져 있었다. 그래도 밥은 먹었어야 했으므로 우리는 작열하는 태양을 뚫고 거리로 나왔다. 먼저 여행사에 가서 내일 할 카약킹을 예약하려고 했는데, 그냥 우리는 충동적으로 오늘 하기로 했다. 그것도 바로 한 시간 후에. 오후 세 시 시작이니까 햇살도 좀 덜 할 것 같았고, 이왕 숙취로 몸이 힘든 거 그냥 하루에 몰아서 힘을 쓰고 내일은 쉬자는 취지였다. 한 사람당 무..
오늘은 일어나자마자 바빴다. 씻지도 않고 옷만 걸친 채 강가로 간 우리는 어제 미리 봐둔 방갈로 숙소 리셉션에 방이 있는지 물어보았다. 오늘은 없지만, 내일은 방이 있다고 한다. 방 상태를 확인한 후 이 박을 예약했다. 첫날 삼십 만 낍도 미리 지불했다. (그런데 바우처도, 영수증도 받지 못했고, 심지어 우리 이름을 적지도 않았다. 좋다, 내일 어떻게 나오나 보자.) 그리고 다시 우리 호텔로 돌아와 카드로 일 박 비용을 계산했다. 이렇게 하여 방비엥에서 무려 5박을 하게 됐다. 방콕이나 루앙 프라방보다 긴 일정이지만, 아직 여유가 있었다. 우리는 강가 오두막에 늘어지게 누워 푹 쉬는 상상에 잔뜩 가슴이 부풀었다. 루앙 프라방 한인 마트에서 사온 북경 짜장으로 뽀글이를 해서 아침 겸 점심을 떼운 우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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