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딱 반이 되는 오늘, 루앙 프라방을 떠나 방비벵으로 향한다. 이젠 일찍 일어나 아침을 먹는 게 자연스러울 정도로 이곳에서의 생활은 한국에서의 그것보다 규칙적이다. 하지만 이상하게 몸은 제일 안 좋았다. 한 차례 감기가 몰려들고 체기도 스쳐 지나가더니 이제는 햇빛 알레르기가 남았다. 오히려 밤늦게까지 놀고 오후 늦게 일어나는 패턴이 더 잘 맞는 게 아닌가 모르겠다. 밤부터 새벽까지 천둥과 번개를 동반한 비가 내렸다. 배를 타는 것보단 낫겠지만, 하필 버스를 타는 날 이렇게 많은 비가 내린다니. 그러고 보면 이번 여행에선 타볼 수 있는 교통수단은 다 타보는 것 같다. 비행기, 열차, 배에다가 버스까지. 처음부터 의도한 바는 아니었는데,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다. 씻고 짐을 정리하고 앉아있으니..
그래도 루앙 프라방 주변에서 뭐 하나는 해야겠다는 마음을 먹고 오늘은 꽝시 폭포에 간다. 약속 시각이 되자 사람을 가득 태운 밴이 숙소 앞에 멈췄다. 일본인 네 사람, 한국인 두 사람, 홍콩 출신 한 사람, 그리고 미국인이 세 사람 정도 있었다. 어떤 공간 안에 아시아인이 더 많은 경우는 처음인 것 같았다. 게다가 나와 D까지 하면 한국인이 네 사람이다. 한국 친구들은 이십 대 중반 정도로 우리처럼 남자 둘이서 여행을 왔다고 한다. 일본 여성 네 명은 봉사 활동 겸 라오스에 왔고(자세히 듣지는 못했다.), 학생인 홍콩 여성은 방학 중에 베트남과 라오스를 여행한다고 했다. 동양인이 가득하자 어쩐지 힘이 나는(?) 기분이었다. 루앙 프라방을 벗어나 꽝시 폭포에 가까워지면서 나는 비로소 라오스에서 기대..
많은 꿈을 꿨다. 새벽과 아침 녘 꿈에서 서울은 기어코 나를 찾아와 놓아주지 않았다. 이왕 얌전한 꿈을 꿀 바에야 메콩 강을 유영한다거나 루앙 프라방 푸씨 산에 올라 이 조그만 도시의 곳곳을 날아다닌다거나 하는 꿈이면 얼마나 좋았을까. 우습게도 나는 일을 하는 꿈을 꿨다. 꿈속에서 나는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6월 초의 긴 연휴 기간, 그러니까 추석 비슷한 명절을 앞두고 있었다. 사무실에 남아 밀린 일을 처리하며 이제 좀 쉬겠구나 한숨 돌리는 찰나, 갑자기 나의 남은 여행은 어디로 갔는지 몹시 궁금해지다가 두려워지기까지 했다. 그러다가 깨닫는다. 아, 나는 지금 여행 중이구나. 이곳은 서울이 아니구나. 눈을 떴을 때, 으레 들리곤 하는 스쿠터 엔진이 부릉 거리는 소리와 하이톤의 새소리가 들려왔다. 기..
가방을 사고 다시 나이트 마켓이 열리는 사거리로 돌아와 조마 베이커리란 곳으로 향했다. 이곳뿐만 아니라 비엔티안과 하노이에도 지점이 있는 조마 베이커리의 최장점은 감각적인 인테리어를 갖춘 데다가 에어컨도 있다는 것이었다. 커피도 맛있었고 말이다. 하지만 에어컨 바람을 오래 쐬자 몸 상태가 급격히 안 좋아졌고, 결국 우리는 바깥 자리로 옮겼다. 다행히 차양 아래 그늘에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시원했다. 계속 특별한 일은 하진 않았던 것 같은데 모처럼 여유를 만끽하는 기분이 드는 건 또 왜일까. 역시 난 카페가 맞는 것일까. 저번 삿포로 여행과 이번 동남아 여행을 쭉 지켜본 결과 나는 다양한 카페와 시끄러운 음악을 듣기 위해 돌아다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그러면서 중간마다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루앙 프라방에서 삼 일째를 맞이하자, D와 함께 자전거를 타고 시내를 한 바퀴 쭉 돌면서 가다 서기를 반복하자, 마침내 이곳에 길이 드는 것 같다. 어제가 스쿠터의 날이었다면, 오늘은 스쿠터를 빼앗기는 날이었다. 오늘 오후 7시에 반납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어제 오후 7시까지였고, 아침 열한 시쯤 직원이 스쿠터를 찾으러 온 것이다. 아침부터 스쿠터를 타고 시내를 크게 한 바퀴 돌고 오겠다던 D의 꿈은 무너졌다. 기름을 단 한 칸도 쓰지 않았는데, 이게 무슨 일이라니. D가 직원에게 기름이 꽉 채워놨다고 말하자 그 직원은 내일 이 스쿠터를 빌리는 사람이 럭키라며 농담을 했다. 그래, 좋겠다, 그 누군가는. 그래서 오늘은 D도 자전거를 타게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스쿠터를 타다가 많이들 다친다는 어제..
본격적인 루앙 프라방에서의 일정을 쓰기에 앞서 난감한 마음뿐이다. 우리가 루앙 프라방에서 머문 시간은 4박 5일로 방콕만큼이나 길었지만, 한 일이 거의 없을 정도다. 조식이 포함이라 매일 아침을 먹고, 조금 뒹굴다가 마실을 나가고, 저녁이 되기 전에 들어와 쉬다가 다시 저녁을 먹으러 나간다. 그리고 밤 10시도 되지 않아 들어오길 반복했던 것이다. 루앙 프라방 둘째 날인 오늘의 특별 행사라면 D의 스쿠터와 나의 자전거라고 할 수 있겠다. 어제 좀 다녀봤더니 도저히 걸어 다녀선 체력이 안 될 상황이라 리셉션에 말해 스쿠터를 한 대 빌렸다. 난 한 번도 스쿠터를 타 본 적이 없고, D는 중학생 시절에 이미 배워뒀다고 한다. 위험하지는 않을까 좀 망설여지긴 했지만, 이 도시의 주요 교통수단은 스쿠터다. ..
그렇게 우리는 루앙 프라방에 도착했다. 오히려 예상보다 빨라 7시간 반 정도 걸린 모양이었다. 갑자기 배가 멈추더니 뒤에 앉아있던 아저씨가 이곳이 루앙 프라방이라고 알려주었을 때,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 드디어 라오스 여행의 시작이 아닌가. 부푼 가슴을 안고 선착장에서 가파른 계단을 올랐다. 그런데 처음부터 우리를 맞이한 건 도심으로 들어가기 위해 송태우 티켓을 사는 작은 석재 건물이었다. 일인 당 2만 낍에 티켓을 사야 하며, 도저히 걸어갈 수는 없는 거리였다. 원래 선착장이 중심지에서 가깝다고 알고 있었던 우리는 당황스러웠고, 다른 이들도 모두 그렇게 보였지만, 달리 도리가 없었다. 라오스 돈도 부족해 일부는 달러로 계산했다. 턱없이 낮은 환율을 적용 받았다. 안 그래도 화폐 단위가 우리나라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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