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잠을 잔 관계로 혹시나 해 볼까 했던 집라인 투어는 물 건너 갔다. 게다가 너무 비싸기도 했다. 대신 치앙콩까지 올라가 라오스 훼이싸이로 넘어간 다음 배를 타고 루앙 프라방으로 가는 여행사 프로그램을 찾아냈다. 무려 2박 3일에 걸친 긴 여정이었지만, 숙박도 하루 포함이고 밥도 주는 데다가 슬로우 보트도 예약이 가능했기 때문에 다른 루트는 고려하지도 않았다. 우리는 배를 타고 메콩 강을 따라 라오스 루앙 프라방으로 간다! 게다가 한 사람당 1,600~1,850밧 이었으니 가격도 그리 비싸지 않았다. 느린 배니까 멀미도 하지 않을 것 같았고. 우리는 늦은 점심도 먹고 빨래도 하기 위해 천천히 걸어나갔다. 하루하루를 아주 빠르게 소진하는 느낌과 여유를 만끽하며 휴가를 즐기는 느낌이 번갈아 찾아왔다. 밤..
밤에도 멀리 나가지 않고 구시가지에서 놀기로 했다. 조 인 옐로우라는 펍이 제법 유명한 모양이었다. 한량처럼 가방도 들지 않고 걸어가 우선 조 인 옐로우(Zoe in yellow) 바로 옆에 있는 48 가라지라는 야외 바에서 버킷으로 쌩쏨 하이볼을 마셨다. 말끔한 옷을 입은 종업원들은 놀라울 정도로 친절했다. 여전히 모기가 극성이었지만, 밤바람은 방콕보다 훨씬 시원해 야외에 앉아있을 만했다. 시원한 초가을 밤으로 훌쩍 뛰어넘은 기분이었다. 카오산 로드처럼 엄청난 사람으로 붐비는 곳은 아니었지만, 분위기는 그에 못지 않았다. 여자들은 술을 마시면서 테이블 위에서 카드 게임을 했고, 조 인 옐로우의 스테이지엔 벌써 많은 사람들이 모여 가볍게 몸을 흔들고 있었다. 열차로 넘어오며 음주를 하루 쉬었더니 버..
치앙마이 기차역에서 내렸을 때, 잠깐 방콕과는 다른 나라로 온 건 아닐까 하는 착각을 느꼈다. 어떤 색다른 풍경이 있어서는 아니었다. 아무래도 너무 오랜 시간 동안 열차에 있다가 밖으로 빠져나와서 그런 모양이었다. 하지만 피부로 느낄 수 있을 만큼 조용하고 한적하다는 건 사실이었다. 플랫폼으로 쏟아져 나온 각국의 여행자들은 무거운 배낭을 흔들며 인포메이션 부스에서 지도를 얻고 자기가 가야 할 곳에 대한 정보를 얻었다. 특히 서양인들의 60, 70리터 짜리 배낭은 압도적이었다. 도대체 얼마나 오래 여행을 하길래, 도대체 무엇을 그리 챙겨다니길래 저 큰 가방이 꽉 차 있는 것일까. 그리고 무엇을 먹고 다니길래 저 큰 가방을 초등학생 책가방 메듯 가볍게 제압할 수 있는 것일까. 나는 이번 여행에 ..
드디어 야간열차를 탈 시간이었다. 유럽 배낭여행 이후로 야간열차는 처음이었다. 몇 번 기차역을 오가며 보았던 기차들은 대체로 컨디션이 좋아보이지 않았다. D가 짐을 맡기고 받은 영수증을 잃어버려 약간의 헤프닝을 거쳐 짐을 찾은 후, 밤에 먹을 햄버거와 콜라, 비누와 수건 등을 샀다. 한 시간 전에도 탑승할 수 있길래 객차에 올라봤는데 이등석 에어컨 쿠셋을 예약한 덕인지 생각보다 훨씬 괜찮았다. 오히려 에어컨이 너무 세서 밤에 어지간히 춥겠구나 싶을 정도였다. 초록색 커튼을 걷어 위 칸에 짐을 올리고 시범 삼아 가만히 누워보았다. 유럽에서 탔던 위 칸보다 훨씬 넓고 아늑했다. 이건 거의 호텔이나 다름없었다! 여행자들과 현지인들이 간식거리를 들고 하나씩 들어와 침대 위에 올라가더니 커튼을 ..
(정작 아이폰으로 찍은 시암 파라곤 사진은 없다.) iSanook에서도 체크아웃을 한 우리는 기차역으로 가 유료로 짐을 맡겼다. 그리고 다시 카오산 로드로 이동해 아점으로 피자를 먹고, 커피 월드에 들러 커피를 마셨다. 거기서 다시 한 시간 반 정도 시간을 보내며 책을 읽고 글을 썼다. 치앙마이행 열차는 밤 10시 출발인데 시간은 아직 많이 남았다. 그래서 어디를 또 들를까 고민하다가 시암 역 쪽에 있는 쇼핑센터 단지에 가기로 했다. 돈도 좀 아끼고 체험도 해 볼 겸 버스를 탔다. 에어컨이 없는 버스였는데 정말 지독히 더워서 내려서 걷는 게 더 상쾌할 정도였다. 방콕의 버스에선 차장 같은 사람이 돌아다니며 버스비를 받았다. 차가 끊임없이 흔들려도 균형을 잃지 않는 두 다리가 굳건한 남자였다. 게다가..
술병이 난 게 분명했다. 오늘은 방콕을 떠나는 날이니까, 이 마시고 또 마시고 싶은 도시를 벗어나 치앙마이에 도착하면 술을 좀 줄이자고 다짐했다. 몸에 힘이 없으니 글도 잘 써지지 않는다. 비단 여행에서만이 아니라 평소에도 뭐라도 계속 쓰려면 몸 관리를 잘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 그래서 평소에도 되도록 술을 안 마시려 하는 거고, 담배도 피우지 않으려고 (헛된) 노력을 하는 것이다. - 신기하게도 담배를 피우면 글이 잘 써지긴 하는데 노후에 있을 병이 걱정된다. - 맑은 정신과 건강한 몸은 책상 앞에 앉아있는 데 꼭 필요한 특질이다. 무라카미 하루키가 왜 그렇게 열심히 뛰는지 알 것 같고, 그 점을 굉장히 존경스럽게 생각한다. 아마 앞으로 이 이야기를 다양한 버전으로 계속할 것도 같지만, 여행..
저녁 무렵의 카오산 로드. 우리는 마카로니 클럽에 가서 버킷으로 술을 마시며 흥을 돋우다가 로띠와 마타바를 먹으러 길을 나섰다. 그러다가 방향을 잘못 틀어 멀리까지 흘러갔다가 돌아와 결국 유명한 곳에서 태국의 간식을 먹어 보았다. 굉장히 지쳐있었고, 더위는 가시지 않았다. 어디에 들어갈지도 여전히 알 수 없었다. 일단 더 허브라는 펍에서 가볍게 한 잔을 더 한 후, 카오산 로드 한 가운데에서 가장 음악을 크게 틀어놓고 마주보고 있는 두 술집 중 한곳에 들어갔다. 음악 소리가 얼마나 큰지 테라스 쪽에 앉은 이들 중 흥을 못 이기는 이들은 물론 그 사이를 지나다니는 행인들도 잠깐씩이라도 춤을 추다가 지나갈 정도였다. 사람들은 카메라로 춤을 추거나 새카맣게 앉아있는 취객들을 찍기도 했다. 내심 카오산 ..
방콕에서의 넷째 날에는 숙소를 옮겨야 했다. 전날 익스피디아에서 저렴한 레지던스로 미리 예약해 둔 우리는 빠르게 짐을 챙기고 체크아웃을 했다. 친절한 호텔 직원은 우리에게 집으로 돌아가는지 다른 곳으로 가는지 묻다가 그저 자는 곳만 옮긴다는 이야기를 듣고 택시를 잡아주겠다고 했다. iSanook이라는 이름을 알려주자 손수 지도를 출력한 다음 태국어로 메모까지 해서 택시 기사에게 전달해 주었다. 이렇게 진심 가득한 서비스를 받아본 게 얼마 만인지. 기분 좋게 우리의 첫 호텔을 떠날 수 있었다. iSanook은 굉장히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레지던스로 세련되고 깔끔한 두 채의 빌라로 이뤄져 있다. 리셉션에 있는 직원들은 태국인뿐 아니라 다른 국적의 직원도 있어서 다양한 고객을 맞이할 준비가 되어있었..
수다 식당에 관해 이야기할 수 있어 기쁘다. 터미널 21 건너편 쪽 골목길 안에 자리 잡은 이곳은 태국 음식을 저렴하고 맛있게 즐길 수 있는 장소로 이름 높다고 한다. 시설은 낡고 그리 위생적으로 보이지도 않지만, 종업원들이 친절했고 영어도 곧잘 했다. 이곳 역시 현지인보다 외국인이 훨씬 많은 장소이기도 했다. 거의 빈자리가 없었지만, 운 좋게 안쪽으로 안내를 받았다. 팟타이와 푸 팟 퐁커리, 그리고 태국 위스키인 쌩쏨과 소다수를 주문했다. 물론 고수는 넣지 않았다. 고수만 빼면 나는 태국 음식이 꽤 잘 맞는 편이다. 특히 특유의 길쭉하고 찰기 없는 쌀이 좋다. 진밥보단 된밥을 좋아해서 그럴까. 팟타이는 달지 않고 오히려 시큼한 편이었고, 푸 팟 퐁커리는 입맛에 잘 맞았다. 오히려 D가 태국 음..
15.3.30. Day 3. 셋째 날에도 느즈막이 일어났다. 정오에 맞춰 놓은 알람에 정신이 들었다. 밤새 에어컨이 꺼지면 땀이 날 정도로 덥고, 에어컨이 움직이면 오싹오싹해져 여러 번 깼던 모양이다. 담배를 꽤 피운 탓에 목도 칼칼했다. 담배를 줄이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지만, 이 후텁지근한 공기 속에 있으면 담배를 피우지 않을 수도 없다... 흡연만 하지 않아도 얼마나 건강한 몸으로 여행할 수 있을는지. 가지고 있는 것만 다 피우면 여행 중에 금연해 보는 건 어떨까 한다. 두 시쯤 호텔을 나와 유명한 쇼핑센터인 터미널 21로 향했다. 공항 터미널을 테마로 한 이곳은 각 층에 세계 각국의 도시 이름을 붙이고 그 도시에 맞게 실내를 꾸민 - 심지어 화장실까지 - 놀라운 콘셉트를 보여줬다. 동남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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